법원, 대·중견 아스콘 구매 ‘정지→취소’ 이유는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인 아스팔트 콘크리트
수도·충남권 20% 내 대·중견 경쟁 가능 고시
아스콘 조합 소 제기···법원 ‘20%’ 집행정지
중견 ‘취소’ 신청에 “구체적 공익” 있다며 인용
조합이 즉시항고했지만, 업계선 ‘반전’ 가능성↓

입력 : 2023-02-27 오후 2:44:56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중소 아스콘 단체가 대·중견업체 경쟁 허용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 관련 사건에서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해당 고시 집행을 정지했던 법원이 1년 만에 효력을 되살린 것인데요. 본안 소송 결심을 한 달 앞두고 벌어진 일인데, 당사자들은 재판부가 본안 선고에 앞서 중견기업 측에 유리한 심증을 드러냈다고 봅니다.
 
법원 판단 내용에 앞서 사건을 간략히 살펴보겠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21년 말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및 공사용자재 직접구매 대상 품목'을 고시했습니다. 여기에는 2022년~2024년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에서 구매해야 하는 제품 목록과 예외 사항이 담겼습니다. 아스콘에 대한 특이사항으로 "서울, 경기, 인천 및 대전, 세종, 충남지역은 연간 예측량의 20% 이내에서 예외 가능"이 적시됐습니다. 아스콘은 도로 포장에 쓰이는 반제품으로, 관수(공공 구매) 시장이 전체의 80~90%를 차지합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이범종 기자)
 
중기부는 과거 업계 내 담합 사례와 관계부처들의 아스콘 제외 의견 등을 고려해 '20% 예외' 조치를 했습니다.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와 산하 조합들은 2019년 다수공급자(MAS) 계약 방식 도입 이후 담합 적발 사례가 없다고 반발하며 지난해 3월 중기부 상대로 고시 취소 소송을 냈습니다.
 
조합은 문제 된 특이사항의 집행정지도 신청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가 같은해 4월 "신청인들에게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그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며 인용했습니다. 소규모 아스콘 업체가 갑작스런 타격을 입거나 해당 지역 아스콘 업계에 경쟁질서 혼란이 발생할 우려 등이 근거였습니다.
 
이후 1년이 다 되도록 고시 특이사항 효력이 정지된 상태로 본안소송이 이어졌습니다. 이에 중기부 측 보조참가인인 A사 등이 올해 1월 해당 집행정지 취소를 신청했습니다.
 
원심 재판부인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지난 16일 이 신청을 인용했습니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효력정지가 장기간 계속됨으로써 고시의 효력이 사실상 거의 종국적으로 저지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며 "이는 효력정지 당시 미처 고려되지 못했던 그 이후 형성된 사정"이라고 이유를 밝혔습니다.
 
이어 "그로 인해 중소기업자간 부당경쟁 방지 및 경쟁제도의 실효성 확보라는 이 사건 고시가 달성하고자 하는 구체적 공익목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개연성 또한 충분히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재판부는 매년 3~6월 사이 상당 부분이 결정되는 아스콘 월별 수요와 납품물량에 관한 연도별 통계, 올해 조달계약을 상반기에 대부분 집행할 예정인 조달청 업무계획, 문제 된 고시가 만들어진 경위와 그 과정에서 참작된 최소한의 공익 관련 사항, 고시 효력기간과 효력정지에 의한 본안소송의 종국적 목적 달성의 예상 정도 등을 모두 종합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다르지만 같은 법원에서 나온 판단과 근거가 뒤집힌겁니다.
 
아스콘조합 측은 결정문이 도착한 23일 즉시항고장을 법원에 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 심증이 굳어진 것 같아 불안한 모습입니다.
 
아스콘 조합 측은 "A사의 아스콘 업체 인수합병이 전국으로 확산할 우려가 있다"며 "수도권은 그나마 물량이 있지만 강원도 등 물량이 없는 지역마저 중견기업에 빼앗기면 중소기업은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느냐"고 말했습니다.
 
반면 A사는 본안 선고를 낙관합니다. A사 관계자는 "중기부가 예외로 고시한 내용을 재판부가 받아들여줘서 생존의 위기에서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본안 소송도 집행정지 취소 인용과 흡사한 판결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본안소송의 마지막 변론기일은 3월23일에 열립니다. 재판부는 지난 1월19일 변론기일 때 집행정지 취소 인용 여부를 두고 "이 사건 소송 결과와는 상관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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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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