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지난해 역대 최대실적을 기록한 정유업계가 횡재세 논란에 이어 이번에는 석유 유통가격 공개 압박까지 거세져 근심이 가득합니다. 석유 유통가격 공개를 두고 정부는 정유사 간의 경쟁 촉진에 따른 석유가격 안정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는 반면, 정유사들은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오는 10일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유법) 시행령 개정안'을 재심의 하기로 했습니다. 앞서 지난해 9월 석유법 입법을 예고하고 지난달 24일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서 이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산업부는 정유사 간의 경쟁 촉진에 따른 석유가격 안정화 측면에서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석유법 개정안은 정유사의 휘발유와 경유 등 판매가격을 대리점과 주유소 등 판매대상과 지역별로 구분해 공개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오는 10일 개정안이 통과되면 전국 평균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도매가만 공개하는 현행 제도를 광역시·도 단위로 지역별로 세분화해 공개하게 됩니다.
석유 유통가격 공개 압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당시 경제부 규제개혁위원회를 통과했지만 2년동안 총리실 규개위에 안건으로 상정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 등 석유 시장 관련 정책이 나오면서 경과를 지켜보자는 분위기여서 유야무야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지난달 19일 경부고속도로 부산방향 만남의광장 휴게소에서 시민들이 주유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의 압박에 정유업계는 반발하고 있습니다. 대한석유협회와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는 지난 1월6일 국무조정실에 "개정안 취지와는 달리 경쟁사의 가격정책 분석이 가능해져 오히려 경쟁 제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공문을 보냈습니다.
정유사들은 다른 나라보다 기름값이 비싸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휘발유 1L 가격이 OECD 평균보다 저렴합니다. 지난해 초 기준 상위 1~3위 국가인 스웨덴 3015.70원, 핀란드 2999.10원, 영국 2830.70원인 반면 우리나라는 1906.9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더구나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100% 수입해 마진을 붙여 수출하는데, 평균 수출 비중은 5~60% 대로 수익의 절반 이상이 내수가 아닌 수출입니다.
정부의 뜻대로 가격이 공개되면 정유사가 경쟁사의 가격 패턴을 분석해 가격을 올리거나 올린 가격에 맞추는 동조화가 발생할 우려도 있습니다. 때문에 기업이 장사를 하기 위해서 주유소에 파는 도매가는 영업 비밀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 입니다. 해외 어디에서도 석유 도매가를 공개하는 곳은 없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경제 원칙에 위배가 되는 행위다. 기업의 영업활동 위축, 담합 및 석유제품 가격 상향 동조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실제 2009년 석유 유통가격 공개 압박이 심했던 당시에 국책기관 에너지연구원은 정유사의 가격 상향 동조화 현상이 발생한다"는 분석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해 11일 서울 강서구 화곡동 목화주유소에서 휘발유와 경유가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