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사법리스크 늪에 빠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거취를 놓고 당 안팎에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 대표로서는 단기적으로 어느 정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검찰의 2차 체포동의안 출석 여부를 정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대표직 유지·사퇴를 놓고 선택의 기로에 처해 있습니다. 어떤 길이든 '포스트 체제'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민주당은 주말(4∼5일) 내내 이 대표 사퇴를 놓고 백가쟁명식 논쟁을 벌였습니다. 특히 지난 3일엔 오전부터 이 대표의 사퇴 불가론으로 시끄러웠습니다. 민주당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이 대표는 추가 영장이 오더라도 나갈 생각이 없다거나, 사퇴할 의사가 전혀 없다거나 옥중 공천도 불사하겠다는 등의 의사를 밝힌 바 없고 실제 그런 결정이나 결심을 한 바도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메시지는 전날 "이 대표는 추가 영장이 오더라도 나갈 생각이 없고, 사퇴할 의사도 1도 없다. 심지어 옥중 공천도 불사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CBS 논설위원장 주장을 반박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이 논설위원장은 "이 대표가 사퇴 의사가 없는 게 명확하다. 언론에서 '검토한다, 언제쯤 한다, 원내대표 경선을 보고 나서 한다'는 등의 여러 보도가 있었는데 전부 추측성 보도"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자신을 향한 사퇴 요구, 불체포특권 포기 요구를 일축했습니다. 당 안팎에서 대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에 대해 "당에는 다양한 사람이 많다"고 우회적으로 거부의 뜻을 밝혔고, 구속영장심사 자진 출석 의사가 있느냐는 물음에도 "모두 규칙을 지키고 예측 가능한 사회에서는 담장도 없애고 대문도 열어놓고 하는 게 맞지만,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도 닫아야 한다"고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대표의 사퇴 거부론을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인 이날 비명(비이재명)계는 재차 이 대표를 향해 "사퇴하라"고 요구했습니다. 5선 중진의 비명계 이상민 의원은 B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당대표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당대표를 벗어나는 것이 당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분리·차단시킬 수 있는 최소한의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비명계가 거듭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이 대표의 '방탄 프레임'이 계속되면 당까지 살 수 없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지만, 공천권을 움켜쥔 이 대표가 자진해서 대표 자리에서 내려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 의견입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본지와 한 통화에서 "이 대표는 중간에 사퇴 없이 끝까지 간다"며 "어떻게 해서든 내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려고 하지 않겠느냐"고 진단했습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도 "이 대표가 아무 조건 없이 물러난다는 예상은 상당히 순진한 분석으로 공천권을 절대 다른 계파에 넘기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옆에 있는 친명(친이재명)계부터 뜯어말릴 것"이라며 "종국까지 사퇴 없이 가는 방안, 비명계 중심의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뒤에서 '섭정'하는 방안을 놓고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만 그 과정까지 심적으로 큰 고통으로 하루에도 몇 번이나 선택지가 바뀌고 있을 것"이라며 "현재 이 대표를 향한 검찰·언론·비명계의 여러 요구는 그에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고 했습니다.

 

검찰이 재차 이 대표를 향해 체포동의안 카드를 꺼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대표에게 결정의 시간이 어느 정도 남아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검찰은 무조건 또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로 넘길 것이므로 아직 이 대표에게는 한 달 넘게 시간이 남아 있다"며 "당장은 비명계 등을 다독이는 방법으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체포동의안 출석 여부를 놓고 먼저 고민한 뒤 추후 대표직 사퇴·유지를 놓고 결정하려고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