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민주당이 반란표 속출로 당 단일대오 대열을 단번에 무너뜨린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로 인해 사실상 분당 사태로 치닫고 있습니다. 의원들의 본마음을 헤아려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과 반란표를 던진 의원들을 색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는 등 내부 싸움이 격화하고 있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표결의 결과가 민주당이 의원총회에서 모은 총의에 부합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인정하면서도 "어제의 일로 당이 더 혼란이나 분열로 가서는 안 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당의 단일한 대오를 위해 더 최선을 다하겠다"고 사전에 내부 혼란 다잡기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말로는 폭발하는 당심을 완전히 제어할 수 없었습니다. 당장 이 대표를 지지하는 친명(친이재명)계는 부글부글 끓었습니다. 범친명(범친이재명)계 한 의원은 1일 본지와 한 통화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였다"며 "의원들 사이에서 (반란표에 대해) 정말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전했습니다.

 

 

'개딸'(개혁의 딸) 등 친명 성향의 강성당원들도 이날 "반동분자를 찾아야 한다", "수박들을 몰아내야 한다"고 거세게 반응하며 진위가 불분명한 '표결 찬성 리스트'를 공유하고 이들에 대한 문자폭탄 공격을 가했습니다.

 

또 당 청원시스템 홈페이지를 찾아가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의원 명단을 공개하라"는 청원글을 올리며 당을 압박했습니다. 수박은 이 대표 지지자들이 지난 대선 경선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대표의 측근 등 친문(친문재인)계 정치인을 비난할 때 쓰는 표현으로, 당내 계파 갈등을 상징하는 말입니다.

 

수박으로 지목된 비명계는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며 표결 결과를 가벼이 보지 말라고 압박했습니다. 5선 중진의 소장파 이상민 의원은 지난달 말 C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20%에 이르는 찬성표 관련해) 겉에 나온 숫자는 빙산의 일각"이라며 "어떤 조치가 필요한 건 틀림없다"고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한 비명계 의원은 "분당까지는 너무 나간 얘기"라면서도 "현 지도부가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 지켜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또 "강성당원들의 문자폭탄 문제가 크다"며 "문자를 잘 보지 않는다"고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정부여당을 상대로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거대 야당'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내부 대립이 심화하면서 당의 미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내부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한 친문계 의원은 "분당한다느니 이 대표가 물러나야 한다느니 내부 대립 구도로 가는 게 검찰과 윤석열정부가 가장 원하는 그림"이라며 "정말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당이 다시 생각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우려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