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범기업 뺀 제3자 변제 강제동원 해법 발표…'반쪽·저자세 외교'(종합)

한일 양국 관계 개선에 방점 찍었지만…거센 비판 여론

입력 : 2023-03-06 오후 1:10:20
박진 외교부 장관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윤석열정부가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하 재단)을 통해 재원을 마련, 2018년 대법원 배상 확정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제3자 변제’ 방식을 확정해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일본 전범기업(미쓰비씨중공업·일본제철)이배상 책임을 면하면서 윤석열정부가 ‘일본에 지나치게 저자세로 나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6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입장 발표’를 통해 강제동원 문제 해법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와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 이후 설립된 행안부 산하 재단이 강제동원 피해자·유족 지원과 피해구제의 일환으로 2018년 대법원의 3건 확정판결 원고분들에게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박 장관은 일본정부를 향해 “정부는 한일 양국이 1998년 10월 발표한 ‘21세기의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발전적으로 계승하여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렵력에 입각한 미래 지향적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습니다. 
 
한일역사정의공동행동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앞에서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굴욕 해법 발표 강행 규탄 항의행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하지만 윤석열정부의 이번 발표는 일본의 전범기업 배상 참여가 확정되기 이전에 선제적으로 발표되면서 ‘저자세 외교’, ‘반쪽 외교’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일본은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 ‘김대중-오부치 공동선언’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취할 뿐, 일본정부의 사죄나 전범기업의 배상 참여 등에 침묵하고 있습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도 사토 마사히사 자민당 의원의 한일 관계에 대한 질의에서 “역사 인식에 관해서는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해 왔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기시다 총리는 사토 의원이 ‘피고기업이 사죄하거나 배상할 일이 없어야 한다’, ‘일본 정부가 사죄해선 안 된다’고 말하자 “양국 외교당국 간에 조율이 이뤄지고 있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습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반쪽짜리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장기간 경색된 한일 관계를 방치하지 않고 국익 차원에서, 국민을 위해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번 해법이 한일 양국에 반목과 갈등을 넘어서 미래로 가는 새로운 역사·기회의 창이 되기를 바란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물컵에 비유하면 물 절반 이상이 찼다고 생각하고 앞으로 일본의 성의있는 호응에 따라 그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또 박 장관은 한일 양국의 경제계가 미래지향적 관계를 위해 자발적인 기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일본정부도 민간의 자발적 기여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의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을 통해 ‘미래청년기금’(가칭)을 공동 조성해 운영하는 방안을 언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일본의 법적 입장과 충돌할 수 있는 배상이 아니라 한일 간 미래를 위한 사업에 일본 기업을 참여시키겠다는 것으로, 2018년 대법원 판결과는 다소 거리가 있습니다. 
 
피해자 측의 반발이 불가피한 만큼 국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정부는 그동안 해법 모색을 위해 피해자와 유족과 직간접적으로 소통해왔다”며 “많은 유족들께서 우리 정부의 구상에 대해 이해를 표해주셨고, 또 많은 유족들이 이 문제가 조속히 종결되기를 바란다는 의견을 주셨다”고 반박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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