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030200) 차기 대표 최종 후보자로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이 선정됐습니다. KT 출신 전현직 임원으로 구성된 차기 대표 후보자에 대해 여권의 노골적인 반대도 있었지만, KT 이사회는 글로벌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한 후보자를 최종 1인으로 확정했습니다. 다만 3월말 열릴 정기 주주총회에서 여권의 목소리로 대변되는 KT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막판까지 정치권의 외풍에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큰 이변 없이 선임이 진행돼도 과제는 남아있습니다. 구현모 현 KT 대표의 연임 선언 이후 4개월 지속된 경영공백도 메꿔야 합니다.
구현모 대표 연임 포기…33인 중 최종 1인 윤경림
지난해 11월8일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의 연속성을 위해 연임 선언을 한 구현모 대표는 지난달 23일 차기 대표 후보자군에서 사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이후 사외 사내 이사로 구성된 33인에 대한 평가가 이뤄졌고,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신수정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이 최종 4인으로 지난달 28일 선정됐습니다.
KT 이사회는 내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는 7일 4인의 후보자별 심층 면접을 진행했고 이사회에서 차기대표이사 후보 1인으로 윤경림 사장을 확정했습니다.
강충구 KT 이사회 의장은 "윤경림 후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문성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KT가 글로벌 디지털플랫폼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미래 비전을 명확히 제시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임직원들의 변화와 혁신을 이끌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력적 관계를 형성함은 물론, 기업가치 제고와 ESG경영 강화를 이끌 수 있을 것으로 평가받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사회는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는 설명입니다. 윤경림 후보가 개방형 혁신을 통한 신성장 사업 개발 및 제휴·협력 역량에 탁월한 점과 KT 그룹의 디지털전환(DX)사업 가속화 및 인공지능(AI)기업으로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입니다.
차기 대표 윤경림은 누구…통신·비통신 모두 다룬 전략통
윤경림 KT 사장은 KT뿐만 아니라
현대차(005380), CJ 등을 거치며 통신과 비통신 사업을 모두 다룬 34년 경력의 전략통으로 꼽힙니다. 1963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 카이스트(KAIST) 경영학 석사와 경제학 박사를 받았습니다. KT와의 인연은 2006년에 시작됐습니다. 당시 신사업추진본부장으로 입사해 2008년 인터넷(IP)TV 출시에 공을 세웠습니다.
이후 CJ로 옮겼지만, 2015년 황창규 전 회장이 윤 사장을 재영입했고, 2019년까지 5년간 미래융합추진실장(부사장)과 글로벌사업부문장(부사장)을 맡으며 AI·빅데이터·클라우드·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의 신기술과 관련된 사업을 확대했습니다. 이후 현대차에서 모빌리티 사업을 맡았지만, 구현모 대표가 2021년 그룹차원의 미래 성장기반 강화를 위해 영입한 인물입니다.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 (사진=뉴시스)
국민연금 표는 어디로…KT의 잃어버린 4개월도 문제
관례대로라면 차기 대표 후보자 1인은 3월 말 진행 예정인 정기 주총을 통해 선임됩니다. 주주총회에서 이견이 없는 한 향후 3년간 KT를 이끌 대표로 정식 임명되는 형식입니다. 하지만 이번 차기 대표 후보자에 대해서는 주총에서 표 대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여권의 목소리로 대변되는 최대주주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은 앞서 구현모 대표가 연임 의지를 내비치자 "소유분산기업의 대표 선임은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연임에 대해 반대 의견을 피력해왔습니다. 이후 국민의힘은 4명의 차기 대표 후보자에 대해 KT 출신 전 현직 임원 4명만 통과시켜 차기 대표 인선이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해 버렸다고 비판하며,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코드를 발동해 국민의 기업인 KT가 특정 카르텔의 손에 놀아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습니다. 특히 윤경림 사장이 이사회 현직 멤버이기에 자격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이유로도 내세운 바 있습니다.
지난해 주주명부 폐쇄일 기준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10.12%입니다. 2·3대 주주인 현대차그룹(7.79%)·신한은행(5.58%)의 경우 KT와 지분 맞교환을 통해 전략적 동맹관계를 구축했지만, 정부의 입김에 국민연금 행보를 따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외국인과 소액주주 지분까지 열어놓고 표 대결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는 구현모 대표의 연임 선언 이후 현재까지 리더십 공백에 대해서도 우려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ICT 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 ICT시장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는데, 대표 선임 문제로 막혀있는 모습을 보니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KT의 경영공백으로 인한 불안감은 주가를 통해서도 확인됩니다. 지난해 11월8일 KT 주가는 3만6500원이었지만, 이날 KT 주가는 3만8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4개월간 15.6% 감소했습니다. 지난해 최대 실적을 냈음에도 KT의 향후 주가에 대해 부정적을 평가를 내는 증권사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하나증권은 KT의 목표주가를 4만5000원에서 4만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앞서 NH투자증권도 목표주가를 5만2000원에서 5만원으로 낮췄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