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가결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이른바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의혹 특별검사제)’의 운명을 결정할 3월 임시국회에 삼각 파고가 들이닥쳤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논란이 잦아들지 않은 상황에서 대일 외교참사까지 덮치면서 불붙은 대치 정국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여야의 극한 대치 전선이 3월 내내 이어질 경우 또다시 '빈손 국회'가 재연될 것으로 보입니다.
사법리스크 둘러싸인 민주당…대여 공세로 '국면전환' 시도
민주당은 8일 ‘제3자 변제’를 골자로 하는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배상안을 고리로 정부여당에 십자포화를 퍼부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 배상안은 사실상 대일 항복문서”라며 “오죽하면 일본에서조차 이렇게까지 양보할 수 있다니 놀랍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11일 ‘윤석열 정부 강제동원 해법 무효 범국민대회’에도 참석합니다. 민주당은 ‘대일 굴욕 외교대책위원회’라는 비상설 특별위원회도 구성해 정부의 잘못된 대일외교를 바로잡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국수본부장직을 내려놓은 정 변호사를 향한 민주당의 공격도 거셉니다. 민주당은 ‘정순신 인사참사 부실검증 진상조사단’을 구성해 정 변호사 아들의 대학교 입시 문제까지도 들여다보겠다고 엄포를 놨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와 대장동 ‘50억 클럽’ 특별검사(특검)를 통한 압박도 계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정의당의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에 대한 태도 변화 조짐을 두고 민주당은 화색인 분위기입니다. 정의당은 그간 김 여사의 특검은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죠.
그러다 정의당은 전날 김 여사 특검법을 직접 발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은 이런 정의당의 움직임을 김 여사 특검에 대한 ‘찬성으로의 선회’로 보고 있습니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50억 클럽 특검을 추진하는 데 대해서는 동의를 했기 때문에, 김 여사 특검에서도 진전을 보면 이달 말 본회의에서 쌍특검이 처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월 국회 개점휴업 우려 속 가뭄에 콩 난 'K칩스법 합의'
민주당의 공세에 국민의힘도 물러설 기색이 없어 보입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반발이 ‘이 대표 방탄’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TV조선 ‘뉴스퍼레이드’에 출연해 “반일 감정을 부추겨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돌파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민주당의 김 여사와 50억 클럽 특검을 논의에 대해서도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국민들이 들으면 ‘쌍으로 난리를 치고 있다’고 혀를 찰 일”이라며 “명분도 없고 민심도 없는 쌍특검을 국민들에게 들이대려면 다음 총선에서 쌍코피 터질 각오쯤은 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여야가 다방면에 걸친 사안에서 충돌하면서 3월 임시국회의 원활한 진행은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국회 의사 일정 협의에 차질을 빚고 있었는데, 양측의 마찰이 수그러들기는커녕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야는 대통령실 업무보고 등을 놓고 국회 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을 비롯한 여러 상임위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더해 야당이 강제동원 배상안 소관 상임위인 외교통일위원회의 소집과 본회의 긴급현안질의 등을 거론하면서, 양측의 관계는 한층 얼어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3월 임시국회 곳곳에 포진한 지뢰 속에서 여야가 합의점을 찾은 대목도 있습니다.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대기업 기준 8%에서 15%로 올리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K칩스법)에 대한 국회의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겁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16일 조세소위를 열어 K칩스법을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의사일정조차 잡지 못했던 점을 비춰볼 때 진일보했다는 평가입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