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진행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및 유족과의 면담에서 "현재 정부가 진정성을 갖고 조속히 강제징용 문제 해법 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생존자들과 피해자 유족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외교부 제공)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한일 정부가 강제동원 배상판결 해법과 관련해 양국 재계를 대표하는 전국경제연합회와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을 통한 기금을 공동 조성해 운영하는 방안을 잠정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오는 6일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한일 협상결과를 공식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 방안은 미래 지향적인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기금을 조성하는 방안으로 강제동원 배상·협상과정에서 일본 전범기업(미쓰비시중공업·일본제철)의 판결금 변제 참여 대신 제시된 해법입니다.
지난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로 강제동원 배상 의무가 확정된 일본 전범기업도 게이단렌 회비나 기여금을 내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기금은 유학생을 위한 장학금 등 양국 청년의 교류 증진을 위해 사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양국이 기금 조성에 동의한 만큼 향후 재단은 단독으로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전범 기업들에 대한 구상권 청구 등은 미지수입니다.
이번 기금 설치와 맞물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조만간 김대중 전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1998년 발표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입니다. 오부치 전 총리는 당시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불리는 이 선언을 통해 “통절한 반성과 진심 어린 사죄”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57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그러자 민주당 윤석열정권 외교참사·거짓말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성명서를 통해 “굴욕적 대일외교를 중단하고 강제동원 해법을 다시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성의 있는 호응 요구에도 일본 정부가 꿈쩍도 안 하자,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선제로 해법을 발표한다고 하는데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라며 “인권을 유린한 범죄를 저지른 전범 기업이 배상금도 내지 않고 진심 어린 사과를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 담화를 계승하겠다는 간접사과가 어떻게 강제동원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비판했습니다.
대책위는 “피해자의 동의도 얻지 못할 굴욕적인 강제징용 해법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은커녕 대일 외교의 또 다른 불씨가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3·1절 104주년 기념사에서는 일제 식민지 침략을 우리 책임으로 돌리더니, 강제동원 해법 마련에 있어서도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의 역할을 내팽개치고 있다”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그러면서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일본 정부를 대변하고 있다”며 “굴욕과 무능으로 점철된 ‘일본 기업 참여 없는 제3자 변제안’을 지금이라도 철회하고 우리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