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하늬·윤민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사망 사건만 5번째 일어나면서 이들이 받은 혐의와 죽음 이유에 이목이 집중됩니다.
지난 2021년 9월29일 압수수색이 진행될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진=뉴시스)
검찰 조사 후 성남도공 고위직들의 연이은 죽음
첫 번째는 고(故)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입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천화동인 4·5호 소유주인 남욱 변호사와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2억원의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유 전 본부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구속영장 청구 다음 날인 2021년 12월10일 가족들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긴 뒤 고양시 일산서구 한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숨질 당시 포천도시공사 사장이었던 그는 사망 전날 포천시청으로부터 사퇴를 종용 받고 측근들에게 "뇌물 먹은 놈으로 낙인이 찍혔으니 이제 내 사회생활은 끝났다. 검찰과 언론이 나를 죽였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뒤인 2021년 12월21일에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실무자인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성남도공 사무실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김 전 처장은 2015년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때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점수를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또 화천대유가 막대한 이익을 거둘 수 있도록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핵심 피의자인 유동규 전 성남도공 기획본부장의 최측근으로도 알려졌는데, 이러한 이유들로 검찰은 김 전 처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수 차례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때문에 김 전 처장의 유족들은 그의 죽음을 '억울한 죽음'이라며 고인이 수사기관의 수사로 극심한 부담을 호소했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성남도공을 퇴사한 정민용 변호사에게 대장동 관련 비공개 문건을 보여줬다는 이유로 공사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은 점도 충격으로 작용했다고 유족들은 주장했습니다.
이재명·김혜경 부부를 둘러싼 의혹과 연관된 죽음
성남도공 실무자들의 연이은 사망 이후 다음 달인 2022년 1월12일에는 이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처음 제보한 모 시민단체 대표 이모씨가 서울의 한 모텔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습니다. 다만 그는 사망 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살할 생각이 없다는 글을 올렸고, 사인 또한 지병으로 인한 병사로 밝혀지며 극단적인 선택과는 무관한 죽음인 것으로 결론 났습니다.
한 달 새 이 대표와 연관된 세 번의 사망사건 이후 네 번째 사건은 지난해 7월26일 일어났습니다. 이 대표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40대 남성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겁니다.
A씨는 당시 경기도 산하기관에서 일하던 A씨는 법카 유용 의혹의 핵심 인물인 경기도청 공무원 배모씨의 지인이기도 합니다. 배모씨가 한도를 이유로 개인카드 사용을 먼저 한 뒤 추후 법인카드로 재결제를 하는 과정에서 A씨의 개인카드도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의 죽음 이후 이 대표는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했습니다.
이재명에 겹겹이 악재로 작용한 다섯번째 죽음
이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전모씨가 지난 9일 성남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이 대표를 둘러싼 다섯번째 죽음은 충격이 더해지고 있습니다.
그는 1978년부터 성남시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한 뒤 이헌욱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의 사퇴로 사장 직무대행을 맡다가 지난해 12월 말 퇴직했습니다. 그는 지난해 12월26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으며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데다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23번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노트 6쪽 분량의 유서를 통해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라",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한다"며 이 대표를 향한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울러 "일만 열심히 했을 뿐인데 검찰 수사 대상에 올랐다", "행정기획국장이어서 아무 권한도 없었는데 피의자로 입건하더라",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라며 피의자로 검찰 조사를 받는 것에 대한 억울함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으면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시민들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경기도지사 시절 초대 비서실장의 극단적 선택에 대한 이 대표의 발언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