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일 정상이 만나 양국의 관계 회복을 선언했지만,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에 대한 일본 측의 '성의 있는 호응 조치'는 전무했습니다. 무엇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직접적인 사과나 유감 표명이 없었습니다. 사실상 일본 쪽에 다 내주고 우리가 얻은 것은 없는 굴욕적 회담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국내에선 지난 17일 빈손으로 입국한 윤 대통령의 극단적 대일 외교에 대한 반일 감정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아베 정신'도 계승하겠다는 기시다…과거 회귀용 '출구전략'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지난 16일 도쿄의 총리 공관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한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시다 총리가 언급한 역대 내각에는 2015년 당시 아베 신조 전 총리도 포함돼 있습니다. 이는 일본이 언제든지 과거로 회귀할 수 있다는 출구전략으로 해석됩니다.
과거 1984년 히로히토 일왕은 "불행한 과거가 있었던 것은 유감"이라는 식으로 한일 관계를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어 아들인 아키히토 일왕은 1990년 당시 "일본에 의해 초래된 불행한 시기, 귀국의 사람들이 겪었던 불행을 생각하며, 나는 통석의 염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통석의 염'이란 표현이 제3자적 입장에서 본 시각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이후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총리가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라는 내용의 담화를 낸 데 이어 오부치 게이조(1998년)·고이즈미 준이치로(2005년)·간 나오토(2010년) 총리까지 '통절한'이란 표현을 쓰며 사죄의 의미를 담는데 애썼습니다.
독도 문제까지 언급한 기시다…굴욕외교 '최고조'
아베 총리도 2015년 당시 같은 표현을 썼지만, 그는 집권 기간 야스쿠니 신사 참배, 군함도 전시, 종군 위안부의 '종군' 삭제 등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우경화의 길을 내달렸습니다. 아베 총리의 이러한 행보는 과거 일제강점기에 대한 일본의 역사 지우기 일환이었고, 기시다 총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기시다 총리가 전날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 문제"라고 표현을 쓴 것도 2018년 당시 아베 총리가 이미 사용한 표현입니다. 결국 기시다 총리가 아베 총리와 같은 인식을 갖고 강제동원은 없었다고 공식 선언한 겁니다. 기시다 총리는 회담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과 독도 영유권 문제, 방사능 오염 논란이 있는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규제 완화, 방사능 오염수 해양방류 등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향후 진실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 16일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환영식을 마친 뒤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