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042660) 인수합병(M&A) 승인 여부에 대한 해외 경쟁 당국들의 승인이 이달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심사가 늦어지고 있습니다.
총 8개 경쟁당국 중 현재 남은 결정은 유럽연합(EU)과 한국 공정거래위원회 두 곳뿐입니다. 이 중 EU는 내달 중순에 승인 여부를 발표한다는 입장이지만, 국내 공정위는 심사 목표 기한 언급도 없는 상태입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 심사 당국 중 싱가프로, 중국, 베트남은 지난주 연달아 승인 결정을 발표했습니다. 앞서 지난달 튀르키예와 영국의 승인 결정 이후, 이달 15일 일본 결정을 시작으로 속도가 붙었습니다. 한화와 대우조선 결합까지 앞으로 EU와 한국, 두 곳의 결정만 남은 겁니다. 하지만 정작 본국인 한국의 공정위의 움직임이 더딥니다. 심사 목표 기한에 대한 언급까지 자제하고 있습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주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에 대해 "공정위 내부에서 M&A 관련 심사가 진행 중이어서 세부 내용을 말씀드리기 어렵다. 공정 경쟁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는 인수합병(M&A)을 적극적으로 심사하고 있다는 원칙을 말씀드리겠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습니다. 이에 당초 상반기 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겠다고 한 한화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지난 16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법집행 시스템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한화는 지난해 12월 공정위에 대우조선 기업 결합 신고 서류를 제출했지만, 3개월째 판단이 미뤄지고 있습니다. 또 현재 벌률적 심사 기간인 120일이 한달도 채 안남은 가운데, 추가 소명 자료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같이 공정위의 승인이 늦어지는 이유는 한화와 대우조선의 방위산업 시장 독과점 여부 문제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방위산업을 영위하는 한화가 대우조선의 함정업을 인수할 경우, 수직적 결합에 따른 시장 과점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우조선을 인수하는 동시에 한화는 육·해·공 방산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는 겁니다.
또 EU의 결정 여부 분위기도 파악 중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대규모 기업 간 결합 문제에 있어 EU는 큰 영향을 끼칩니다. 지난 2019년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 인수를 시도한 바 있습니다. 그러다 EU가 기업결합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물거품이 됐습니다. 당시 EU는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시장 독점 우려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EU의 기업결합 심사가 까다로운 만큼, 공정위가 신중한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입니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과거 2008년 한화그룹은 6원조원대 인수가격을 제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 등 적극적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다음해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터지면서 요청 대금분납을 산업은행이 거부하면서 인수가 무산됐습니다. 그리고 14년 뒤인 지난해 12월 산업 경쟁력 강화 관계 장관회의에서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 본계약이 최종 승인됐습니다.
경남 통영시 소재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