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그룹 수익성 꺾였다…현대차만 홀로 선전

삼성전자, ROIC 감소…ROE는 올해 큰 폭 하락 전망
현대차만 수익성 지표 호조…ROE는 지속 성장세
유보금 많고 재고 늘어…투자처 적고 판매 부진 탓

입력 : 2023-04-0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4대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수익성이 작년부터 꺾였습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투하자본이익률(ROIC) 등 수익성 지표가 하락세로 전환했습니다. 올해 전망은 더 좋지 않습니다. 전기차 등 신차 실적이 좋은 현대차만 홀로 선전하고 있습니다. 여타 산업은 구조적인 저성장 기조로 전환해 사업 체질 개선을 위한 인수합병(M&A) 및 연구개발(R&D) 투자 등 자산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3일 각사에 따르면 삼성그룹 내 자산 비중이 큰 삼성전자는 지난해 ROE가 17.07%로 전년보다 3.15%포인트 증가했습니다. 또 ROA가 12.72%로 2.80%포인트 올랐습니다. 하지만 ROIC는 13.70%로 6.64%포인트 감소했습니다. 국내 주요 대기업 중 해당 수익성 지표가 두 자릿수인 경우가 드물어 상대적으로 양호하지만 영업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가 꺾인 게 눈에 띕니다. ROE나 ROA의 경우 영업수익성이 줄어들면 추후 연동해서 하락하게 됩니다.
 
수익성 꺾임세 이어질 듯
 
실제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ROE에 대한 시장 평균전망치는 올해 3.40%까지 떨어질 것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 또 2024년과 2025년에는 각각 8.66%, 10.90%로 회복되긴 하지만 작년 수준 회복까지는 거리가 멉니다. 모회사인 삼성물산도 ROE(7.16%)와 ROA(4.46%)는 각각 전년비 1.76%포인트, 1.12%포인트 증가했지만 ROIC는 4.13%로 0.09%포인트 성장에 그쳤습니다. 삼성물산 역시 ROE는 올해부터 하락세 전환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을 종속회사로 인식하고 있는 지주회사 SK의 경우 작년 ROE(5.13%)와 ROA(2.20%) 모두 각각 5.03%포인트, 1.56%포인트씩 감소했습니다. ROIC(5.21%)는 0.28%포인트 올랐습니다. 이같은 지표 흐름은 대체로 당기순이익이 줄었고 세후영업이익이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SK는 작년 금융비용이 크게 늘었고 지분법이익이 대폭 줄어 당기순이익이 축소했습니다.
 
SK그룹 지배구조 하단엔 SK하이닉스가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해 연간 이익도 크게 줄었습니다. 이에 작년 ROE는 13.28%포인트나 감소해 3.55%에 그쳤습니다. ROA도 9.24%포인트 감소한 2.24%를 기록했습니다. ROIC는 4.47%로 8.72%포인트 줄었습니다.
 
현대차그룹만 사상최대실적을 기록한 현대차 등 호조를 보였습니다. 현대차는 ROE가 9.36%, ROA는 3.26%, ROIC는 10.48%입니다. 각각 2.52%·0.69%·1.96%포인트씩 증가했습니다. 기아차의 수익성도 돋보입니다. ROE가 14.57%로 두 자릿수입니다. 다만 전년보다는 0.12%포인트 감소했습니다. ROA는 7.70%로 0.22%포인트 올랐습니다. ROIC는 2.16%포인트 오른 26.94%나 됩니다.
 
LG그룹은 LG전자가 ROE 6.61%, ROA 3.43%로 전년과 비슷했습니다. ROIC는 10.72%로 2.14%포인트 줄었습니다. LG화학이 석유화학업황 부진 탓에 실적이 감소하면서 ROE(6.94%)와 ROA(3.69%), ROIC(5.06%) 모두 11.53%·4.86%·4.54%포인트씩 낙폭이 컸습니다. 종속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이 전기차 배터리시장 성장 덕분에 흑자를 내고 있지만 부족했습니다. 그나마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ROE가 5.75%에서 올해 8.20%, 내년 10.93%, 2025년에는 14.26%까지 오를 것으로 관측돼 성장사업 특징이 돋보입니다.
 
글로벌 기업처럼 자산효율 높여야
 
이들 계열사들의 ROE 평균은 8.80%, ROA는 4.96%, ROIC는 10.09를 나타냈습니다. 각각 2.78%, 1.27%, 2.19%포인트씩 감소한 수치입니다. 자산 대비 이익률이 저조한 데는 실적 하향세 탓도 있지만 전통적으로 유형자산 비중이 크고 이익잉여금 등 유보금이 많은 까닭도 있습니다. ROIC가 하락전환한 데는 지난해 국내 제조업의 재고자산이 크게 늘어난 원인이 컸습니다.
 
이들 주요 기업들의 수익성은 선진국 기업들에 비해 뒤처지는 편입니다. 애플은 작년 ROE가 무려 160.90%나 됩니다. ROA도 28.10%, ROIC도 39.70%로 높은 편입니다. 테슬라는 ROE 32.4%, ROA 17.2%, ROIC 39.9%를 기록했습니다. 파운드리 1위 TSMC는 ROE 38.7%, ROA 22.7%, ROIC 36.10%를 나타냈습니다. 메모리 3위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ROE 18.0%, ROA 13.50%, ROIC 18.0% 수준입니다. 동종 업계 내 메이저 경쟁사와 비교해도 국내 기업들의 자산 효율성이 떨어집니다.
 
공사가 진행 중인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부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국내 기업집단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2021년에 크게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펜트업 특수효과로 정점을 찍었지만 그 이전까지 구조적인 성장둔화세를 보인 것입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7년부터 2021년간 포춘글로벌500에 포함된 한국, 미국, 일본, 중국 기업들의 경영실적을 분석한 결과, 국내 기업들의 성적표가 가장 부진했습니다. 5년간 연평균 매출액과 순이익 증가율 모두 한국이 4개국 중 꼴찌였습니다. 글로벌 500대 기업 중 한국 기업들과 같은 업종 내 세계 선두 기업은 R&D 투자 규모에서 차이가 컸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M&A나 R&D 등 투자를 늘려 유보금이 쌓이는 자산 비효율을 줄여야 한다”라며 “이런 구조적 저성장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정부의 투자 활성화 지원책도 필요하지만 기업 스스로 선진형 사업구조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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