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찾기에 1분기 날린 KT…앞으로 5개월도 혼돈 불가피

5개월 안에 차기대표 선임하겠다는 KT
3분기 돼야 정상화 가능할 듯
디지코도 멈출라…50여개 계열사도 차질 불가피

입력 : 2023-03-31 오후 4:36:24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KT 이사회의 남은 인원은 사외이사 1명'. 31일 정기 주주총회가 끝나면서 남은 결과입니다. 27일 윤경림 차기 대표 후보자 사퇴에 이어 28일 구현모 대표의 사퇴가 있었고, 재선임을 앞두고 있던 사외이사 3인은 주총 시작 전 사퇴의사를 밝혔습니다. "다 내려올 때까지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의 쓴웃음 섞인 분석이 결국 현실화됐습니다. 앞서 지난 1월13일 자진 사임한 이강철 사외이사와 이달 6일 벤자민홍 사외이사, 28일 유희열·김대유 사외이사 사임까지 하면서 1분기 동안 KT 사내·외이사 중 9명이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정치적 외압에 줄사퇴가 이어졌고, 이는 경영 공백으로 이어지게 됐습니다. 
 
5개월 안에 차기대표 선임하겠다는 KT…정상화는 3분기께나 가능할 듯  
 
대표 직무대행을 맡게된 박종욱 KT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은 31일 주총장에서 "새로운 대표 선임까지 약 5개월이 예상되지만, 최대한 단축하도록 하겠다"고 주주들을 향해 말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KT연구개발센터에서 31일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KT 이사회는 이날부로 임기가 남은 김용헌 사외이사와 대행 자격을 갖는 강충구·여은정·표현명 사외이사 등 4인이 이사회를 꾸려나가게 됐습니다. 사외이사 정족수가 3인 이상이어야 하는 상법 규정을 고려한 결정입니다. 일단 공석에 달하는 사외이사 자리를 채워야 합니다. 박종욱 대표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꾸려진 뉴거버넌스 구축 태스크포스(TF)에서 외부 전문가 등의 추천을 받아 새로운 이사진을 구성하고, 임시주총을 통해 선출하는 식으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일단 이사회가 꾸려져야 윤경림 사장이 차기대표 후보자로 추천됐던 프로세스처럼 대표이사 후보심사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이후엔 공개경쟁방식의 대표 선임 과정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사외이사 4인으로 정족수는 채워졌지만, 대행 격이기 때문에 이들이 차기 대표 후보자를 결정하기엔 결정권이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임시 주주총회가 두 차례 예정된 것도 이러한 상황을 반영한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대표 선임까지 5개월이 걸리지 않을 수 있다는 일각의 시선도 있지만, 주요주주 및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반영하려면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쏠립니다. KT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차기 대표 선임에 시간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5개월동안 제자리걸음을 했다"며 "이사회 구성부터 대표이사 공모, 이사회 면접, 선출 등 지난번과 같은 시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2023년 정기 임원인사도 실시하지 못한 상황에서 대표이사 선임 후 조직정비까지 완성되는 것은 3분기는 돼야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디지코도 멈추고…50여개 계열사도 멈추나 
 
KT 광화문 사옥. (사진=뉴스토마토)
 
대표 부재 속에 KT의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전략도 힘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박종욱 대표 직무대행은 "디지코 KT 알파를 진행할 것"이라며 "비상상황이긴 하지만 차분하게 수행 중"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 신규 경영계획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경영공백을 여실히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임원들이 한달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고 있다보니 영업적인 면만 보면 통신사 중 KT 임원이 제일 열심히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나오고 있다"며 "다만 사업의 장기적인 측면, 투자의 확정 등을 놓고 보면 사업의 진전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평했습니다. 대표 부재 속에서도 임직원들의 노력으로 수치적인 목표는 가져갈 수 있겠지만, 신사업에 대한 투자를 끌고 갈 수장이 없다는 것이 현재의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입니다. 
 
이는 KT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KT에 딸린 계열사 50여개의 상황 역시 비슷합니다. 이날 KT 계열사 가운데 9개 상장사도 주총을 열었습니다. 케이티스카이라이프(053210)(KT스카이라이프)는 김철수 대표의 임기 만료로 양춘식 경영서비스본부장이 대표직을 대행하게 됐습니다. KT(030200)알파도 조성수 경영기획총괄 전무가 사내이사로 당분간 회사를 이끕니다. 지니뮤직(043610), KT서브마린(060370) 등은 현 대표가 재선임됐지만 KT 새 대표가 올 경우 경영진 교체 가능성이 높습니다. KT 계열사 관계자는 "계열사들마다 대표와 임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고, KT의 대표 인선과 임원인사에 따라 변동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사업방향에 드라이브를 걸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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