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서 집값이 바닥에 근접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집을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 혼란스럽습니다."
최근 집값 바닥론이 솔솔 흘러나오면서 고민에 빠지는 사례가 부쩍 늘었습니다. 지난해 중순 이후 줄곧 극심한 침체에 빠졌던 주택 시장이 올봄부터 조금씩 반전의 기미를 보이고 있어서죠.
사실 급랭기나 급등기가 지속되면 수요층은 별달리 고민할 것이 없습니다. 시장 흐름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어, 이에 맞춰 행동하면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요즘과 같이 시장이 변곡점에 진입했는지, 아닌지조차 판가름이 나지 않는 시기에는 생각이 많아지게 마련입니다. 전문가들의 전망이 가장 엇갈리는 시기이기도 하구요.
최근 부동산 시장이 변화했다는 사실은 지표상으로도 드러납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13% 떨어지며 전주(-0.15%) 대비 낙폭이 둔화했습니다.
거래량도 느는 추세인데요.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는 5일 기준으로 2월(2460건)과 3월(2002건)에 각각 2000건을 넘어섰습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2000건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21년 10월(2197건)이 마지막입니다.
이렇게 각종 부동산 지표가 개선되는 것은 인기 지역의 급매물 가격에 대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수요층이 증가한 탓입니다. 작년 하반기 이후 워낙 집값이 가파르게 떨어지다 보니, 매수자들이 최저점에 가까워졌다고 보고 있는 것이죠. 수요층이 몰리니 집주인들은 집값이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되고, 이는 다시 하락폭 둔화로 이어집니다.
전국 대부분 지역의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 대출 규제 완화, 전매제한 완화 등 정부가 시장 연착륙 정책을 연이어 쏟아낸 것도 매수심리 반전에 힘을 실었죠. 이는 최대한 매수를 유도하기 위해 정부가 판을 깔았다 봐도 무방한 정책들입니다.
다만 주택 시장의 바닥을 낙관하기는 조금 일러 보입니다. 과거 시장 급등기를 살펴보면 실수요를 넘어 가수요가 붙어 거래 시장이 활성화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현재 바로 이 가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요인이 충분한지를 따져보면 의문이 남습니다. 일부 인기 지역이나 소수 단지를 제외하고 투자수요가 활발히 형성된다는 소식은 아직까지는 많이 들리지 않습니다.
고금리 기조 지속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도 문제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자국 경제 불확실성을 이유로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연 4.75~5%로 확정했는데요 이는 2007년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한국은행이 지난 2월 기준금리를 연 3.5%로 모처럼 동결했다지만, 미국과의 금리 차를 고려하면 마냥 이 같은 흐름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대출 비용 확대는 주택 시장의 최대 하방 압력 요인입니다.
어쩌면 정부의 군불 때기 효과가 약발을 다하고 급매물 소진이 완료되는 시점부터가 진정한 검증의 시간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주택 시장에 에너지가 붙고 호가가 달린 매물까지 무리 없이 거래된다면, 그때야말로 확실한 반등으로 봐도 되겠지요. 다만 위협 요인이 많으니 최소 이때까지라도 보수적인 자세를 견지하며 시장을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김충범 산업2부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