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지난 겨우내 침체를 면치 못했던 서울 전세시장이 최근 들어 강남권을 중심으로 조금씩 수요가 증가해 눈길을 끕니다.
통상적인 전세 시장의 성수기로 일컬어지는 봄 이사철에 들어선 데다, 그간 주요 단지들의 낙폭도 워낙 컸던 터라 세입자들이 진입하기에 합리적인 가격대가 형성됐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탓입니다.
물론 연내 강남권에 대규모 단지의 입주가 예고된 만큼, 아직 '전세 바닥론'을 언급하기에는 시기 상조인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과 같은 회복 분위기가 당분간만 확산된다면, 최소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 하락세에는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간 서울 전세가율은 우하향 추세가 이어졌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53.6%로 집계됐는데요, 이는 관련 통계 발표 이래 최저치입니다. 작년 9월 57.4% 이후 5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 강남구(47.6%), 송파구(47.1%), 용산구(46.2%), 양천구(49.5%), 노원구(49.9%), 성동구(49.9%) 등 6개구는 아예 50%를 밑도는 실정입니다. 대부분 서울 핵심 지역이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의 하락세가 지속된 것은 매매가격 낙폭보다 전세가격의 하락폭이 더 가팔랐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이 숨 가쁘게 이뤄지며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이 동반 하락했고, 이에 서울에서는 작년 고점 대비 수억원까지 떨어진 전세 매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최근 수요층 사이에서는 '이만하면 내릴 만큼 내렸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저가 매물을 찾는 움직임이 증가하면서 거래량이 계속 늘고 있는 점도 예사롭지 않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 기준 지난 2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량은 1만2282건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작년 3월 1만704건이 거래된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많은 거래량입니다. 거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진 점을 감안하면 거래량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거래량은 작년 11월 9405건으로 최저점을 찍은 이후 12월 1만216건, 올해 1월 1만390건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반년 가까이 지속됐던 전세가율 하락세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전세가율의 분자를 차지하는 전세가격이 현시점에서 더 폭락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최근 전세 시장의 하락세는 부동산 업황 자체의 침체로부터 비롯됐다기보다는, 저렴한 급매물이 소진되는 흐름이 수치에 반영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 어찌 보면 통계와 현장 간 분위기 차이가 있는 셈"이라며 "매매와 달리 전셋값이 떨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믿음도 있는듯하다. 강남권 대규모 입주 물량 소화 상황에 따라 반등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서울 도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