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5일 임기를 마친 김창룡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윤석열정부의 방통위를 향한 압박에 대해 작심 비판을 내놨습니다. 김창룡 상임위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입니다. 김창룡 상임위원의 발언 배경에는 윤석열정부의 방통위 탄압이 자리합니다. 마침 이날 오후 국회에서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 질문이 있었는데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향한 질의는 없었습니다.
"검찰 과잉수사 법원은 무분별한 영장 발부"
김창룡 상임위원은 이날 사내 통신망에 올린 퇴임사에서 "검찰은 처음부터 점수 조작 운운했지만 정작 구속영장에는 주요 범죄 혐의라는 내용이 들어가지도 않았다"며 "당시는 TV조선 승인이냐, 불승인이냐가 핵심 쟁점 사안이었는데, 느닷없이 검찰에서 마치 큰 문제나 발견한 것처럼 방통위를 거짓 집단으로 몰고 갔다"고 말했습니다. 법원의 무분별한 영장 발부에 대해서도 "비판받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월 김창룡 상임위원(왼쪽열 앞에서 두번째)이 물가점검 등을 위한 유통점 현장을 방문했다. (사진=방통위)
김 상임위원은 "도주 우려도 없고, 증거 인멸도 하지 않는 공무원들을 허접한 논리로 구속까지 시키는 데 대해 분노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억울하게 구속된 공무원, 심사위원장 교수는 당장 풀려나고 이들의 명예는 회복돼야 한다"고도 언급했습니다.
김창룡 상임위원은 "공무원들을 복지부동하게 만드는 정부는 미래가 없다"며 "공무원들이 업무에 소극적으로 되면 당장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국민이나 사업가들"이라고 말했습니다. 끝으로 "그동안 공무원 신분으로 하고 싶은 말도 자제하며 살아왔으나 자유로운 몸이 되면 억울한 피해자들을 위해 그들을 변호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김창룡 상임위원의 작심 발언은 현 정부의 압박 속 식물 기관으로 전락한 방통위의 현 상황과 연계가 깊습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임명된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 직후 ‘굳이 올 필요 없는 사람’이라면서 한상혁 위원장을 국무회의에서 배제했고, 대통령실은 올해 방통위 신년 업무보고도 서면으로만 받았습니다.
이날 진행된 대정부 질문에 한상혁 위원장은 참석했지만, 관련 질의를 받지 못했습니다.
방통위는 3인 체제로…민주당 추천 몫 대통령 재가에 시간 걸릴 듯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현판.(사진=뉴스토마토)
지난달 30일 안형환 방통위 부위원장이 퇴임한 이후 이날 김창룡 상위윈원까지 임기가 끝이 나면서 방통위는 3인의 상임위원 체제로 바뀌었습니다. 남은 상임위원은 한상혁 방통위원장을 비롯해 김효재 상임위원, 김현 상임위원입니다.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있는 최소한으로 운영하게 된 것입니다. 방통위 설치법 13조에 따르면 위원회 회의는 2인 이상의 상임위원 요구가 있을 때 위원장이 소집하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즉 최소 3명 이상의 상임위원이 있어야 의사결정 정족수를 채울 수 있는 것입니다.
당분간 이 체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문재인정권 당시 야당 추천 인사인 안형환 부위원장 후임으로 최민희 전 의원을 추천하는 안을 단독 처리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정치적 편향성을 문제 삼아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집단퇴장했습니다. 업계에서는 대통령 재가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창룡 상임위원과 한상혁 위원장의 후임을 윤석열 대통령이 추천해 정부·여당 3명과 야당 2명의 비율을 맞출 때까지 결론이 쉽사리 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