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이어 엔씨도…잇따르는 표절 공방

엔씨소프트, 카카오게임즈·엑스엘게임즈 고소
"아키에이지 워, 리니지2M IP 무단 도용"
업계·이용자 "올 것이 왔다"…'리니지라이크' 게임에 경종

입력 : 2023-04-06 오후 1:15:3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국내 게임업계가 연이은 표절 공방으로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앞서 넥슨이 인디개발사 아이언메이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데 이어 이번에는 엔씨소프트가 카카오게임즈에 고소장을 날렸습니다. 카카오게임즈의 신작 '아키에이지 워'가 엔씨의 대표 게임 '리니지2M'을 모방했다는 것이 이유입니다. 
 
엔씨소프트(036570)는 지난 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카카오게임즈(293490)와 엑스엘게임즈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및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소장을 접수했습니다. 엔씨는 "지난달 21일 출시된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의 콘텐츠와 시스템을 다수 모방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고소 배경을 밝혔는데요. 장르적 유사성을 넘어 엔씨의 지식재산권(IP)을 무단 도용했다는 것이 주요 골자입니다. 
 
엔씨소프트는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2M의 IP를 무단 도용했다며 카카오게임즈와 엑스엘게임즈를 5일 고소했다. 같은 날 아키에에지 워는 길드 보스와 신규 지역 업데이트 소식을 전했다. (사진=카카오게임즈)
 
아키에이지 워는 엑스엘게임즈가 개발을,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을 담당한 모바일 MMORPG 입니다. 카카오게임즈의 상반기를 책임질 대작으로도 기대가 높았는데요, 실제로 아키에이지 워는 사전 예약자만 200만을 넘겼고 출시 5시간 만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 출시 3일만에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2위를 달성했습니다. 엔씨 측의 고소 사실이 전해진 지난 5일 기준으로도 아키에이지 워는 리니지M, 오딘: 발할라라이징에 이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3위에 랭크됐습니다. 아키에이지 워가 표절을 했다고 알려진 리니지2M의 순위는 6위에 머물렀지요. 
 
엔씨의 고소 사실이 알려지자 게임 이용자 커뮤니티와 업계에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주를 이룹니다. 엔씨 측이 주장한 대로 아키에이지 워와 리니지2M의 유사성을 지적한 이용자들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리뷰만 보더라도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넘어 사용자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경험(UX)를 비롯해 전반적인 시스템과 구조를 그대로 따라했다"는 평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 유명 게임 전문 유튜버는 "어디까지 모방을 해도 괜찮을 지 실험을 한 수준"이라고까지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여론은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주시하고 있던 엔씨에 트리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말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관련한 질문이 나왔을 때에도 엔씨는 "모바일 게임의 완성된 비즈니스모델(BM)에 다른 게임사들도 동참하고 있다"며 "엔씨는 다음 시장으로 진입 중"이라고만 언급했으나 실상은 내부적으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었던 것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엔씨가 (리니지라이크 게임들에)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리니지라이크 게임이 이용자들에게 크게 공감받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적당히 넘어갔다"며 "이번에는 여론의 추이가 엔씨의 정당성을 인정해 줄 것으로 판단한 듯 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일종의 본보기로 강경 대응에 나섰다는 것입니다. 
 
한편, 카카오게임즈는 아직까지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사안을 파악 중이며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섭니다. 카카오게임즈의 대응에 따라 앞으로의 향방이 정해지겠지만, 업계에서는 소송전이 쉽게 일단락 될 것으로 보지는 않고 있습니다. 지난 2021년 6월 웹젠의 R2M에 대해 엔씨가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도 2년째 진행 중이기 때문입니다. 
 
엔씨는 거듭된 송사 과정에서 "IP의 보호는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는 넥슨이 아이언메이스에 대한 수사를 의뢰하면서 "생태계를 훼손시키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비판의 강도를 높인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게임 업계는 물론 이용자 커뮤니티에서도 이 같은 명분에 반기를 들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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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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