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좋은 지난 토요일 오후 2시 21분, 9살배기 배승아 양은 대전 서구 둔산동 문정네거리 학교 근처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고 있었습니다. 이때 하얀색 승용차가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유턴을 한뒤 도로 경계석을 치고 인도로 돌진합니다. 그곳에는 승아양을 비롯한 4명의 아이들이 걷고 있었습니다. 하얀차는 인도에 아이들을 덮치고 그중에 승아양은 숨을 거둡니다.
운전자는 면허 취소 수치를 크게 웃도는(혈중알코올농도 0.1%) 만취 상태의 60대 남성이었습니다. 이 남성은 만취 상태에서 8km가량 운전하다 이같은 사고를 냈습니다. 경찰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그는 사고당일 낮 12시 모임에서 소주를 마시고 운전대를 잡았습니다.
문제는 사고가 발생한 문정네거리가 문정초, 탄방중, 충남고 등 초중고가 밀집해있는 곳으로 '스쿨존'이라는 점입니다. 스쿨존은 시속 30km 이하로 주행해야만 하지만 이 남성은 술에 취한 만취 상태로 이곳을 질주합니다. 게다가 승아양의 유족에 따르면 만취한 이 남성이 다음날까지 몸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실제 경찰 조사과정에서 "사고가 어떻게 났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습니다.
불과 4개월전인 작년 12월에도 서울 강남구 청담동 초등학교 앞에서 9살 초등학생이 음주운전 차량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민식이법이라고 하죠.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어린이를 사망케 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 징역, 상해를 입히면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30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하게 돼 있습니다. 2020년 3월에 만들어져 시행된 지 3년이 지났지만 비극적인 사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법적 처벌이 매우 약하기 때문입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는 2020년 483건에서 2021년에는 523건으로 오히려 크게 늘었고, 작년에도 481건에 달했습니다. 법 시행 3년새 평균 500건씩 사고가 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에 따르면 작년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 중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69건중 1건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더욱 강화돼야 하는 이유입니다.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만 선고됐다는 점을 보면 법은 강력하게 처벌하라고 만들어졌지만 실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습니다. 승아양의 사건은 스쿨존에 안전펜스(방호 울타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사고를 키우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운전자의 인식개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운전자로서 스쿨존 시속 30km 이하로 가야할 때 답답하죠. 하지만 어린이들은 사각지대에서 예측할 수 없는 돌발행동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오죽하면 부모들이 집에서 길 건너지 않는 곳의 초등학교를 보내고 싶어할까요. 승아양의 사고가 발생한 도로변에는 시민들이 가져다 놓은 인형, 국화꽃, 과자와 음료수, 소시지 등이 놓였다고 합니다. 승아양처럼 다시는 아이들이 참변을 당하지 않도록 운전자와 보행자의 인식 개선을 다시한번 새겨봐야 할 때입니다. "승아야, 어른들이 스쿨존 30km 꼭 지킬께. 미안해"
김하늬 법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