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기준금리가 두 차례 연속 동결되면서 부동산 시장의 향방에 관심이 쏠립니다. 최근까지 부동산 업황 침체에 가파른 금리 인상이 결정적 역할을 한 만큼, 이번 금리 동결로 인한 시장 연착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만 금리 수준은 여전히 높습니다. 게다가 미국 긴축 흐름에 맞춘 국내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이 있고 글로벌 경기 불안도 이어져,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 견해입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연 3.5%의 기준금리를 조정 없이 동결했습니다.
기준금리는 지난 2월에 이어 이번에 두 차례 연속 동결되면서, 올해 1월 13일 이후 3개월 가까이 3.5%가 유지되는 상황입니다. 일각에서는 2021년 8월 이후 약 1년 반 이어져온 금리 인상 흐름이 사실상 마무리됐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금통위가 두 번 연속 동결 후, 갑자기 오는 5월 기준금리를 다시 올리면 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 일단 금리 인상기는 끝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이달 3일 기준 0.13% 내리며 전주(-0.13%)와 동일한 하락폭을 나타냈습니다. 비록 이번 주에 하락폭 축소가 멈췄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까지 7주 연속 낙폭이 둔화한 바 있습니다.
거래량도 회복하는 추세입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부동산 매매 거래량은 지난해 하반기 매월 1000건에 미치지 못했지만, 올해 1월 1417건으로 1000건을 넘어서더니 2월 2462건, 3월 2487건으로 매월 증가하는 추세에 있습니다.
하지만 업계는 금리 동결만으로 시장이 반전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입을 모읍니다.
우선 미국 정책금리와의 갭 확대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로 미국(4.75∼5%)과의 금리 격차는 1.25~1.5%포인트가 유지됐는데, 이는 이미 2000년 10월 이후 약 22년 만에 가장 큰 차이입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최근 긴축 강도를 낮추는 분위기이긴 하나, 자국 물가 불안을 이유로 내달 금리 인상에 나선다면 금리 차는 더욱 벌어지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는 외국인 투자자 자금 유출, 원화 절하 압력이 커져, 한은 입장에서는 재차 금리 인상 카드를 고려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부동산 현장에서 관망세가 점차 짙어질 기미를 보이는 점도 시장 흐름을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올해 1분기는 정책의 여파가 직접적으로 미치는 시기였던 데다, 주요 인기 지역의 급매물이 소진되며 주택 지표가 전반적으로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근래 들어 현장에서는 조금씩 매도·매수자들의 힘겨루기가 강화되며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교착 상태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미국의 정책금리 기조를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한다. 우리만 나홀로 금리 약세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부동산 시장을 단순히 금리 시각에서만 접근하기엔 무리가 있다. 글로별 경기 위축, 내수 시장 침체, 인플레이션, 정부 긴축 정책 등 아직도 주택 시장에 하방 압력을 줄 변수들은 너무나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이제 금리 문제는 변수가 아닌 상수나 고정 변수로 봐야 한다. 금리 공포가 사그라들고 있지만 시장이 바로 회복하기는 무리"라며 "앞으로는 금리보다는 글로벌 경기, 역전세난 등 요인이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시중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관련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