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범 도입이 앞으로 6개월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EU에 수출하는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탄소배출량 별로 부담금을 메기는 일명 '탄소국경세'가 임박한 겁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관측되는 철강업계는 대응책 마련에 속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글로벌 철강 수출비중이 큰 국내 철강사들이 탄소중립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탄소중립 철강재 라벨링' 등 제품 별 인증 체계를 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POSCO홀딩스(005490)와
현대제철(004020) 등 철강업계는 12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글로벌 탄소규제 국내 철강산업 대응방안'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은 "EU는 CBAM 제도를 도입해 탄소배출 감축을 압박하고 있고 향후 유사한 제도들이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한국은 EU에 철강을 5번째로 많이 수출하는 국가라 철강제품의 안정적인 수출을 위해 발빠른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U는 오는 10월부터 CBAM을 시범 도입 후 2026년 1월부터 본격 운영할 방침입니다. 적용 품목은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전력 △수소 등 6가지 입니다. 시범 도입 후 2025년까지는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만 있습니다. CBAM이 본격 시행되는 2026년부터는 CBAM 인증서 구매 의무가 생깁니다. 생산 공정 과정에서 나오는 탄소 배출(직접배출)뿐만 아니라 외부로부터 구매한 열과 전기를 쓸 때 생기는 배출(간접배출)도 범위에 포함됩니다.
대상 품목 중 가장 타격이 클 것으로 관측되는 국내 업종은 철강 산업입니다. 지난해 한국의 업종별 EU 수출액은 CBAM 적용 대상 품목 가운데 철강이 43억달러로 가장 컸기 때문입니다. 철강에 뒤이어 알루미늄(5억달러), 비료(480만달러), 시멘트(140만달러) 등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한국은 탄소 배출이 많은 고로(용광로)의 비중이 높아 CBAM에 따른 수출에 큰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를 받고 있습니다. 이에 업계는 전기로 비중을 확대하며 대처하고 있습니다. 전기로의 탄소배출량은 고로 대비 30% 낮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최초로 전기로를 가동한
동국제강(001230)과 전기로 비중이 높은 현대제철 뿐만 아니라 고로 방식으로만 쇳물을 생산한
포스코(005490)도 전기로 설치 추진에 나섰습니다. 포스코는 6000억원 규모 자금으로 광양제철소에 연간 250만톤(t) 생산 수준의 전기로를 신설합니다. 내년 1월 착공을 시작으로 오는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할 목표입니다.
12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 주최 및 한국철강협회 주관으로 '글로벌 탄소규제 국내 철강산업 대응방안' 토론회가 개최됐다. (사진=이승재 기자)
국내 철강사, 글로벌 탄소중립 시장 선점 필요
이밖에 이날 토론회에서는 철강업계가 구축해야할 중장기적 대응책도 제안됐습니다. 철강제품에 대한 저탄소 또는 탄소중립 인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철강사들이 곧 도래할 탄소중립 철강시장에서의 선제적인 공략이 필요하다는 설명입니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상준 과기대 교수는 "탄소배출량에 대해 지금 통일된 국제 기준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철강업계가 자체적으로 라벨링과 같은 인증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은 글로벌 철강 수출 비중이 상당해 분명히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시장 공략 후 장기적으로는 독보적인 탄소중립 철강제품 라인업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 라인업을 통해 시장 활성화와 글로벌 시장 선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탄소중립 실현 시간대가 국가 별 달라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습니다. 우리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 실현을 국제사회에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전세계 철강 생산량 20억톤(t) 가운데 50%인 10억톤을 생산하는 중국은 탄소중립 실현이 2060년으로 10년 늦기 때문입니다.
김경한 포스코 부사장은 "국내 철강사들이 생산하는 철강 물량은 20억 톤 중 4.5%에 해당하는 7000만t 수준이다"라며 "과연 한국이 탄소중립 약속을 지키면서 중국의 과도한 공급 속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지가 핵심 과제"라고 말했습니다.
동국제강 인천공장 에코아크전기로 모습. (사진=동국제강)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