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봉투' 악재 덮친 민주당…이재명의 송영길 딜레마

이재명 "심려 끼쳐 깊이 사과"…자체 조사 대신 수사 촉구
김태효 해임·김건희 수사 카드로 '반전' 노리나 동력 상실

입력 : 2023-04-17 오후 3:17:06
이재명(가운데) 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면서 민주당에 초비상이 걸렸습니다. 한 명이 아닌 두 자릿수 이상의 소속 의원이 연루됐다는 설까지 나오는 등 당 존립 자체를 걱정해야 할 비상 상황입니다.
 
닷새 만에 침묵 깬 이재명송영길 "조만간 입장 발표"
 
이재명 대표는 17일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간 이번 의혹에 대해 침묵을 지키다가 처음으로 나온 공식 입장 표명입니다. 또 검찰이 지난 12일 이번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지 5일 만입니다.
 
여기에 이 대표는 현재 프랑스에 체류하고 있는 송영길 전 대표를 향해 빠른 귀국을 요청했습니다. 현재 검찰은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등 송 전 대표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의원 10여명 등에게 총 9400만원을 전달한 정황을 잡고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지난 12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의 윤관석 민주당 의원 지역사무소에 '오늘은 사무실 문을 열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간 조기 귀국에 부정적이던 송 전 대표는 이날 "이 대표와 어젯밤에 통화했다"며 "조만간 귀국 문제 등에 대해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송 전 대표가 귀국 의사를 밝혔지만, '이심송심(이재명 마음과 송영길 마음이 같다)' 의혹이 제기됐던 과거를 생각할 때 이 대표가 이번 논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이심송심은 2년 전 열린 지난 전당대회 당시 친명(친이재명)계가 송 전 대표를 지원하고, 지난 대선 경선에서는 송 전 대표가 사실상 이 대표를 지원한다고 해서 붙은 말입니다. 하지만 친명계 김두관 의원은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심송심 논란에 대해 "전당대회 당시 그런 이야기들이 있었는데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며 "이 대표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사안의 심각성을 드러내듯 이 대표는 시종일관 어두운 표정으로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당이 사실 규명을 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그래서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번 수사 요구는 민주당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카드입니다. 애초 민주당은 자체 진상조사 카드를 매만졌으나 최근 당 인사들이 돈을 주고받은 정황이 담긴 추가 녹취록 보도가 이어지는 등 셀프 진상조사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방향을 틀었습니다. 여당의 '자체조사는 셀프면책'이라는 비판도 부담이었습니다. 권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자체조사가 여러 상황이나 여건상 여의치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며 "실효성 있는 성과를 내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현실적 문제점이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재명(오른쪽) 민주당 대표가 지난해 9월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송영길 상임고문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태효 해임·김건희 수사로 국면전환당 내부선 이낙연 '비명' 세결집
 
민주당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프레임에 갇히게 됐습니다. 그간 꾸준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받고 있는 김건희 여사, 여권 인사 다수가 연루된 대장동 50억클럽 논란 등에 대해 공세 수위를 높여왔는데 이번 의혹으로 인해 그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민주당은 앞에서는 민주주의를 강조하고 온갖 정의로운 말로 국민 표심을 사려고 했다"고 맹비난했습니다.
 
민주당은 미국 정보기관의 대통령실 도청 의혹 관련해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 해임을 요구하고 김건희 여사 특검·대장동 50억클럽 특검 시행을 재차 촉구하며 반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국면 전환을 노리지만, 당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인 이번 의혹의 충격 여파로 인해 힘이 달리는 모양새입니다. 
 
장인상으로 인해 일시 귀국한 이낙연 전 대표는 최근 이번 의혹에 대해 큰 우려와 안타까움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이 위기에 휩싸이면서 오는 6월 귀국하는 이 전 대표의 행보에 관심이 쏠립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이날 본지와 한 통화에서 "크게 보면 당헌·당명을 바꾸는 등 재창당에 준하는 작업이 필요하고 작게 보더라도 혐의가 드러난 사람들을 탈당·제명해야 한다"며 "적당히 수습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민주당이 태풍에 휩싸였다"고 분석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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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