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또 피해 임차인들이 낙찰대금(경락잔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저리 대출 지원책도 고려합니다. 다만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공공매입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20일 오전 국회에서 당·정 협의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의 전세사기 피해자 추가 지원책을 논의했습니다.
우선 당정은 전세사기 주택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임차인이 이를 우선 매수할 수 있도록 우선매수권 부여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그간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경매 중단 조치와 함께 우선매수권 부여를 강력하게 요구해 왔습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피해 주택 경매 시 일정 기준의 임차인에게 우선 매수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 방안은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피해자들의 자금 상황을 감안해 경매 낙찰대금에 대한 대출 지원방안도 검토합니다. 저리 대출에 충분한 거치 기간을 둬 지원하는 형태로 추진될 전망입니다.
조직적 전세 사기에 대해서는 범죄단체 조직죄를 적용하고 범죄수익을 전액 몰수한다는 방침입니다.
당정이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20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지난 18일 오후 인천 미추홀구 주안역 앞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출범식 모습. (사진=뉴시스)
다만 당정은 전세 사기 피해 주택을 공공이 매입하는 방안에 대해 난색을 표했습니다. 공적자금을 투입해 이를 추진할 경우 선순위 채권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악성 임대인의 채무를 공적 재원으로 변제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관련해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전세사기 피해 물건 모두 선순위 근저당이 최대한도로 돼 있어 피해자에게 갈 수 있는 금액이 사실상 제로"라며 "공공매입에 대해 더 이상 거론하는 자체가 소모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로 확인된 2479세대 중 은행권 및 상호금융권 등에서 보유 중인 대출분에 대해서도 즉시 경매를 유예하도록 요청했습니다.
민간 채권관리회사 등에 매각된 부실채권(NPL·Non Performing Loan) 경매물건도 최대한 경매절차 진행을 유예하도록 협조를 구할 방침입니다. 경매 진행 절차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추가 대책까지 강구하기로 했습니다.
또 21일부터는 피해 임차인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찾아가는 상담버스를 운영합니다. 올해 전세사기 피해자 3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만큼, 전문 심리 상담 등을 선제적으로 제공한다는 방침입니다. 한국변호사협회, 한국심리협회와 협력해 전문 인력을 충원하고 피해센터 조직 인력도 확충하기로 했습니다.
이 외에 당 태스크포스(TF)와 정부 TF 간 활발한 연계를 통해 전세 사기 피해자를 위한 추가 지원 방안도 마련합니다.
정부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로 확인된 세대에 대한 경매를 즉시 유예하도록 하겠다고 20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빌라단지 모습.(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