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상반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요 정책 중 하나인 통신시장 경쟁활성화의 지향점은 '통신3사를 대적할 경쟁자 만들기'입니다. 알뜰폰 점유율 17.1%를 제외한 시장을
SK텔레콤(017670)·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통신3사가 차지하고 있는데, 이 알뜰폰 시장마저도 이들의 자회사가 점유율 1~4위까지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과기정통부는 5G 28㎓ 신규 사업자를 찾는 방안과 경쟁력을 갖고 있는 플레이어가 알뜰폰으로 들어오는 것 등 다각도에서 통신3사를 대적할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금융위원회의 규제완화로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이 정식으로 인정받은 것은 이동통신 시장 경쟁활성화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생각한다"며 "이 기회에 알뜰폰이 통신3사와 경쟁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을 국회와 협의해 신속히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습니다.
세종시 세종파이낸스센터에 위치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현판. (사진=뉴스토마토)
알뜰폰 사업자들이 통신3사와 경쟁을 활성화 할 수 있도록 고안하고 있는 방안 중 하나는 알뜰폰 도매대가 산정방식을 다양화해 유연한 요금제 설계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현재 알뜰폰은 기본적으로 통신3사의 요금제를 도매로 할인받아 구매한 뒤 소폭 마진을 붙여 소비자에게 되파는 구조입니다. 가령 LTE 도매대가는 40~50% 안팎인데, 기본료의 40~50% 만큼의 금액은 통신사에 지불해야 합니다. 요금경쟁도 해야 하기에 소폭 마진만 이윤으로 취하거나 손해를 보고도 판매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정부는 알뜰폰 사업자들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요금제를 스스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여건 마련에 대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알뜰폰 업계에서 수년째 요구하고 있는 자체 전산설비를 구축해 통신3사와 계약을 맺고, 대량으로 망을 빌려와 알뜰폰사업자들에게 되파는 이동통신망 재임대 사업자(MVNE) 육성도 살펴보고 있습니다. 박윤규 차관은 "통신3사와 경쟁할 만한 사업들을 활성화할 방안들, (요금제) 대리점 수준에서 설비투자를 가능하게 할 방법들, 요금제 자체를 스스로 만들어 갈 여건들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LTE에서 5G로 이동이 성숙기로 접어든 가운데, 여전히 높은 5G 도매대가에 대해서도 조치를 취하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지난해 말 발표된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방안에 따르면 SK텔레콤 5G 상품인 5GX플랜의 데이터 250GB·7만9000원 요금제는 수익 배분율이 기존 63.5%인 5만165원에서 62.5%인 4만9375원으로 인하하는 데 그쳤습니다. LTE 도매대가가 40~50%인 것 대비 5G는 여전히 60%에 머물러 있습니다. 박 차관은 "5G 도매대가가 LTE에 비해 높은 상황인데, 알뜰폰 쓰는 사람 입장에서 LTE만 써도 크게 불편하지 않을 수도 있어서 두 가지 측면에서 고민해 보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울러 최근 LG유플러스가 50~125GB 구간대의 5G 요금제에 대해서도 이달 30일부터 알뜰폰에 도매제공하기로 확대한 것을 예로 들며 "LG유플러스가 선도적으로 나섰는데, 알뜰폰에서도 5G 요금제가 빨리, 다양하게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가적으로 고민해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몇만명, 몇십만명 가입자를 확보한 알뜰폰이 통신3사와 직접 경쟁하기에 여건이 마땅치 않으니 정부가 역할을 하겠다는 점을 내세웠습니다.
서울시내 판매점에서 알뜰폰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과기정통부가 알뜰폰 사업자 키우기에 집중하면서도 장기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은 제4이동통신사로 귀결되는 신규사업자 찾기입니다. 특히 5G 28㎓ 대역을 신규 사업자가 활용하도록 하는 방안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해당 대역은 KT와 LG유플러스의 주파수 할당 취소로 이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파수의 사용이 중단된 상태이며, SK텔레콤도 5월 말까지 할당조건을 채우지 못하면 할당 취소 수순을 밟게 됩니다. 사업자가 비어있는 주파수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인 셈입니다. 통신사업자로 시장에 진입이 거론되는 기업은
NAVER(035420), 쿠팡, 토스, 국민은행 등입니다. 기업 나름대로 큰 투자를 단행해야 하는 만큼 정부와 접촉하는 기업, 관심을 표명한 기업들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는 것이 과기정통부 설명입니다. 이에 대해 박윤규 차관은 "신규 이통사업자 진입 문제는 6월까지 태스크포스(TF) 활동을 통해 방안을 살피고, 관심있는 기업들을 조금 더 접촉할 생각"이라며 "이번에 혹시 신규사업자 선정이 안 되더라도 경쟁 활성화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이슈라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