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왼쪽) 당시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지난해 5월27일 경기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윤혜원 기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파문에 기름을 부으며 당 안팎도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앞선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이은 전현직 대표의 연이은 리스크로 인해 현 이 대표 체제도 최대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돈봉투 의혹' 민주당 의원 겨누는 검찰 칼끝
23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공여자 위주인 검찰 수사의 칼날은 향후 민주당 의원들을 향하고 있습니다. 검찰 수사의 그림자가 점점 좁혀오는 것은 물론, 하루에도 수차례 이번 돈봉투 의혹에 관여한 의원 명단이 도는 등 소문도 무성합니다. 민주당 의원들에 대한 줄소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쑥대밭'이 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송 전 대표가 내놓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현지 기자회견은 속 시원한 해명의 장이 되지 못했습니다. 현재 검찰은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 등 송 전 대표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의원 10여명 등에게 총 9400만원을 전달한 정황을 잡고 수사에 착수한 상황입니다.
프랑스에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19일(현지시간) 파리경영대학원 앞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질의응답을 마친 뒤 강의실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송 전 대표는 이번 의혹이 처음 불거졌을 때도 '개인적 일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추후 그가 당시 돈봉투 살포를 인지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녹취록이 추가로 공개되며 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녹취록에는 '돈 전달책'으로 의심받는 이 사무부총장이 또 다른 '전달책' 강래구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에게 "송영길 대표가 '(강)래구가 돈 많이 썼냐'고 (나에게) 묻더라"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이재명 최대 위기…사법리스크도 '이심송심'
송 전 대표에 대한 불똥은 현 지도부 특히 이재명 대표에게 향하는 분위기입니다. 애초 이 대표는 이번 사안이 불거진 뒤 며칠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검찰이 12일 이번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지 5일 만인 17일이 돼서야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후 송 전 대표를 향해서는 조기 귀국을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송 전 대표는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내겠다며 사실상 이 전 대표 요청에 불응하는 태도를 취했습니다. 이로 인해 당내에서는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빗발쳤습니다. 여기에 이 대표의 초기 대처가 부실하다는 비판과 함께 즉각적인 조치를 바라는 의견이 추가됐습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날을 끝으로 더는 송 전 대표에게 추가 귀국 요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이심송심'(이재명 마음이 곧 송영길 마음) 의혹을 낳았던 두 사람의 친분 관계를 지적하는 시각이 존재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심송심이라는데 송 전 대표의 전당대회 사건에 '이심'(이 대표 마음)이 있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려면 이 대표는 송 전 대표의 즉각 귀국을 지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재명 체제로 총선 힘들다"…고개 드는 비대위
이러한 요구들은 이 대표 체제로는 총선이 힘들 수 있다는 우려로까지 발전되는 양상입니다. 비명(비이재명) 의원은 본지와 한 통화에서 "대부분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 힘들다고 본다"며 "의원들은 물론 민심 이반이 심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중진 의원도 "예단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니 좀 지켜봐야겠지만, 여러 의혹이 가중되는 현 상황이라면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르기는 힘들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1일 국회 당 회의실에서 열린 을지로위원회 상생 꽃달기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21일 YTN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의혹에 연루된) 송 전 대표,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자진 탈당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그걸 하지 않으면 과감하게 출당 조치를 해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우리 의원들의 녹음이 공개되는 등 저는 내년 총선이 굉장히 어려움에 간다고 본다"고 우려했습니다.
앞서 이 대표는 이미 스스로도 사법리스크 중심에 서며 '총선 불가론'에 봉착한 바 있습니다. 당 안팎에서는 대장동 게이트 등으로 인해 기소되며 재판 출석 등으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이 대표가 과연 당무에 집중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이재명 리스크'를 안고 총선을 치를 수는 없다는 위기의식이었습니다.
이 대표로는 총선을 치르는 게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계속될 경우 민주당은 향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재편될 가능성이 큽니다. 비대위 체제하에 당 쇄신 등 강도 높게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보이지만, 등 돌린 민심이 다시 돌아올지는 미지수입니다.
김광연·윤혜원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