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3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뉴시스 사진)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잇단 악재로 외통수에 빠졌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반도체법),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핵심 의제로 다뤄지지 않으면서 경제적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내기 어려워졌고 중국과 러시아가 동시에 반발하며 국내 경제·안보의 불안감이 한층 더 가중됐습니다. 최근 대일·대미 굴욕외교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성과가 절실한 윤 대통령으로선 부담감이 커졌습니다.
IRA 보조금 못받는데…"불확실성 해소" 장밋빛 전망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24일부터 30일까지 5박7일 간의 윤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 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내느냐입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에 따른 한국 기업의 피해를 얼마나 최소화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두 법안이 의제로 다뤄지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지난 19일 브리핑에서 두 법안이 회담 의제로 올라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구체적인 건을 얘기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며 두 법안을 핵심 의제로 강조한 것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두 법안에 대한 한미 간 협의를 통해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추가 성과가 뒤따르지 않을 경우 순방 성과를 두고 부정적 평가가 뒤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러시아와 중국의 잇단 반발도 윤 대통령에게 부담입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제공을 시사하고, 힘에 의한 대만해협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고 밝힌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를 놓고 러시아와 중국이 "반러시아 적대 행위" "불에 타 죽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도 즉각 대응해 중러와 각을 세우며 거친 말까지 주고받는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북중러와 한미일의 대결 구도가 고착화될 우려가 더 커지고 있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앞두고 중러 리스크 '최고조'
특히 안보 문제뿐만 아니라 경제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현재 한국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해 외교 관계, 무역, 투자 등에서 각종 불이익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경제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 중국이 다시 비자 발급을 중단하거나 무역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충분히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러시아 모스크바 크렘린 대궁전에서 정상회담 전 함께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와 함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보내고, 일본 국회의원들이 집단 참배하는 등 대일 굴욕외교 논란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어 미국의 도청 정황이 담긴 의혹이 추가로 제기될 경우, 한미 회담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김흥규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장은 본지와 한 통화에서 "한미 회담에서의 성과는 곧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로 연결될 것"이라며 "복합적이고 다극화된 세계 질서가 우리가 직면할 미래라고 한다면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려는) 우리의 외교적 입지는 대단히 좁아질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현재로선 우려가 훨씬 커지는 미국 방문이 아닌가 싶다"고 진단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