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뒷전?…'한국식 핵공유' 올인

반도체법·IRA, 의제 가능성 낮아…확장억제 강화, 최대 기대 성과

입력 : 2023-04-25 오전 6:00:00
5박7일간 미국을 국빈 방문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4일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 탑승 전 손 흔들어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장윤서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외교안보·경제 분야에서의 성과를 내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기대보다는 우려가 크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경제 분야에서 실질적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하지만 한국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한 '반도체 지원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논의조차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결국 정부로선 북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 차원에서 이른바 '한국식 핵공유' 방안을 현실화하는데 모든 것을 걸 가능성이 높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국빈 방문을 위해 24일(한국시간) 출국했습니다. 25일 오전 미국에 도착해 동포 간담회 일정을 시작으로 5박 7일간의 방미 일정을 소화할 예정입니다. 특히 오는 26일(현지시간)에는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습니다.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한미 확장억제 강화, 경제안보 협력 구체화, 한미 미래세대 교류 지원 확대, 글로벌 이슈 공조 강화 등에 초점을 맞춰 성과를 내려 하고 있습니다.
 
꽉 막힌 IRA·반도체 협상중러 반발 '최고조'
 
이 가운데 경제안보 협력과 관련해 반도체법과 IRA 문제 해결을 통한 정부의 경제적 실익 추구는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는 모양새입니다. 현재로선 의제로도 오를 가능성이 작습니다. 여기에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우고 있는 미국의 행보를 감안하면 이번 회담에서 두 법안과 관련한 한국에 대한 예외 조처가 나올 여지는 크지 않아 보입니다. 한미 정상이 말로써 두 법안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여기에 미국에 편향적 외교 태도를 보인 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 발언으로 인해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이 최고조에 이른 점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더군다나 이번 회담에서 한미의 글로벌 이슈 공조 방안과 관련한 양국 정상의 메시지가 더 강화될 경우,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백악관은 중국이 미국 마이크론의 판매를 금지할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중국에 반도체 판매를 확대하지 못하도록 부추겨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했단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이는 한국 기업들까지 '대중 반도체 견제' 전선에 동참하도록 압박한 겁니다.
 
다만 윤 대통령은 미국 출국을 앞두고 미 워싱턴포스트(WP)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문제와 관련해 "우리나라와 전쟁 당사국 간 다양한 직간접적인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전쟁 당사국 간 관계를 고려하겠다"고 언급한 대목은 러시아의 반발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서 수위를 낮췄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앞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윤 대통령의 로이터통신 인터뷰 발언에 러시아는 "반러시아 적대 행위"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또 야당에선 정부에 이번 회담에서 불법도청 사태에 대한 미국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이 문제를 따질 가능성은 전무합니다.
 
지난해 11월13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핵사용 결정에 참여?거의 불가능"
 
현재로선 외교안보 분야에서만 실질적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북핵 위협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가 최대 기대 성과로 꼽힙니다. 정부로선 확장억제 강화 차원에서 미국의 핵 자산을 운용하는데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이른바 '한국식 핵공유' 방안을 구체화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입니다. '나토식 핵공유'처럼 미국 전술핵을 실제로 배치하지는 않지만, 공동기획과 공동실행 등 협의의 깊이와 폭을 훨씬 더 강력히 하는 내용을 담겠다는 계획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에 '한국식 핵공유'라는 확장억제 강화 방안을 성과로 내놓고 한미일 3국의 안보·정보협력을 강조함으로써, 미국의 도청 의혹에서 촉발된 '저자세 외교' 논란과 중러의 반발 등 '외교 리스크'를 희석시키려 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핵공유에 대한 진전된 방안은 나오겠지만 실질적으로 핵 사용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실현 가능성을 낮게 봤습니다. 미국이 핵무기 사용에 대한 최종적인 권한을 미국 대통령만이 보유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기대를 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임을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본지와 한 통화에서 “한국식 핵공유는 우리 대통령이 핵 선제공격 명령을 내리고, 또 미국 대통령하고 이것을 협의할 수 있느냐는 것인데 결론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습니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확장억제 강화는 결국은 동맹국 간의 신뢰 문제이기 때문에 핵공유를 한다고 해도 100% 안심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박주용·장윤서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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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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