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증권업계에서 한때 퇴직연금 적립금 1위를 기록했던
현대차증권(001500)이 2위 수성도 위태로운 모습입니다. 현대차그룹 등 그룹내 계열사의 대규모 퇴직자 발생으로 적립금이 줄어들고 있어선데요. 5월에 예정된
현대차(005380) 노조와 사측의 협상에서 65세까지 정년연장이 이뤄지지 않으면 잇따른 퇴직자 발생으로 현재의 지위마저 흔들릴 것으로 보입니다. 계열사 의존도를 줄이고 다변화한 창구를 통한 영업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은 2년 전 퇴직연금 적립금 1위 자리를
미래에셋증권(006800)에게 내줬습니다. 2021년 3월 말 기준으로 미래에셋증권이 1위를 차지한 이후 현재 양사의 적립금 격차는 5조원이 넘습니다. 금융감독원 집계 기준 현대차증권은 올해 1분기 기준 15조6897억원 규모의 적립금을 보유 중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의 올해 1분기 퇴직연금 적립금은 20조9395억원으로 현대차증권보다 5조2498억원 많네요.
현대차증권 퇴직연금, 자사계열사 비중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자료=현대차증권)
현대차증권 퇴직연금, 계열사 비중 80%
증가율에서 미래에셋증권이 우위를 보였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1분기 대비 올해 1분기 증가율이 17.09%를 기록한 반면 현대차증권은 5.94%에 그쳤습니다. 현대차증권 측은 올해 1분기 퇴직연금 적립금의 증가율이 저하된 것은 전년 동기보다 훨씬 많은 퇴직금 지급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자사계열사의 퇴직금 지급이 큰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대차증권의 퇴직연금은 대부분 자사계열사 실적에 의존하는 DB형입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의 퇴직연금은 DB형(확정급여형) 적립금이 13조9940억원입니다. 전체 적립금에서 89%가 DB형인 것이죠. DB형에서 자사계열사 비중은 87%로 높은 수준입니다.
DB형은 물론이고 DC형에서도 자사계열사 비중이 높은 수준을 보였습니다. 현대차증권의 DC형(확정기여형)과 IRP형(개인형퇴직연금) 적립금은 각각 2747억원, 1조4210억원으로 비중은 1.8%, 9.1%입니다. 그 중 DC형에서 자사계열사 비중은 53%죠.
총 퇴직연금 적립금 중 자사계열사의 비중이 80% 가까운 수준으로 계열사 퇴직금 지급이 퇴직연금 규모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모회사인 현대차에서 정년퇴직자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점은 우려 사항인데요. 따라서 올해 있을 현대차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정년 연장 안건이 주목됩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작년 현대차에서 정년퇴직한 직원 수는 약 2500명입니다. 이덕화 현대차 노조지부 대외협력부장은 "작년부터 앞으로 6~7년 정도는 2500~3000명 정도가 정년퇴직할 예정"이라며 "2021년까지는 1800~1900명 정도로 2000명 수준이었는데 입사한 날짜를 기준으로 작년부터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대차 노조는 오는 5월 말 임시 대의원대회를 통해서 요구안을 발의하고 회사에 발송할 계획입니다. 정년 연장이 이뤄진다면 현재 만 60세인 정년이 만 65세로 늘어나면서 향후 5년간은 정년퇴직자들이 없게 됩니다. 현대차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증가율도 현대차 정년퇴직금 지급이 연기됨에 따라 더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할 수 있겠네요.
다만 정년 연장 안건이 임단협에서 무사히 진행될 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덕화 현대차 노조지부 대외협력부장은 "정년 연장에 대한 의견이 자연스럽게 나와야 하는데 최근 정치적인 분위기 속에서 정년 연장 협상이 잘 진행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퇴직연금 상위권 증권사, 자사계열사 비중 낮아
현대차증권은 그룹 계열사의 거대한 비중을 가지고 있지만 1위 미래에셋증권의 퇴직연금 적립금 중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0.4%입니다. DB형에서는 자사계열사가 없고 DC형은 1.1% 정도입니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계열사 실적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고객들이 DC형과 IRP형에 많이 가입했다"며 "연금 부문 자체에 많은 인원을 바탕으로 디지털, 모바일 환경 구축에 노력을 다했다"고 말했습니다.
종류별로도 고루 분배돼 있는 모습입니다. 올해 1분기 미래에셋증권의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DB형이 32%, DC형이 37%, IRP형이 31%로 모두 30%씩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증가세로 보면 DC형과 IRP형의 약진이 돋보입니다. DB형은 1년간 5.82% 증가한 반면 DC형과 IRP형은 각각 18.40%, 29.35% 늘었습니다.
현대차증권은 3, 4위인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016360)의 매서운 추격도 받고 있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퇴직연금 적립금은 11조3071억원이고 삼성증권은 10조2245억원입니다. 작년 1분기 현대차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의 격차는 각각 5조8000억원, 6조7000억원이었는데요. 올해 1분기엔 4조4000억원, 5조5000억원으로 1조원 넘게 격차가 줄었습니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가진 자사 계열사 비중은 현대차증권보다 적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총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0.8%, 삼성증권은 5.8%입니다. 양사의 DC형, IRP형 적립금의 경우 이미 현대차증권보다 많습니다. 한국투자증권은 DC형 2조4952억원, IRP형 2조2933억원을, 삼성증권은 DC형 2조7833억원, IRP형 3조6214억원을 보유 중입니다. 특히 IRP형이 크게 상승했는데요. 현대차증권이 1년간 19.20% 상승할 때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43.47%, 31.32% 늘었네요.
"계열사 비중 줄인다"…체질 개선 나선 현대차증권
현대차증권은 퇴직연금에서 자사 계열사 비중을 지속적으로 줄여 계열사에 의존 중인 퇴직연금 적립금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습니다. 현대차증권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에서 자사계열사 비중이 2014년 87.9%였지만 2020년 82.1%, 2021년 81.7%, 2022년 80.2%를 지나 올해 1분기 78.4%로 80%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DB형에서 자사계열사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속도는 느리지만 꾸준히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작년 3월 한관식 연금사업실장을 선임해 DC형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개편으로 DC전담 파트 및 아운바운드 상담 서비스를 도입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관계자는 이어 "디폴트옵션 관련 지원 전담조직을 신설 및 운영해 고객사의 제도도입, 규약 변경 및 가입자별 상담에 이르기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IRP의 경우 국내 채권 등 IRP 상품 라인업 확대를 통한 고객 수익률 제고 및 리스크 관리를 강화 중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