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반도체 ‘샌드위치’ 위기)“포기 못할 실리”…묘안 마련에 분주

중미 갈등에 중립이 최선…선언적 외교 피해야
중국 자급화 후 현지 진출 기업 토사구팽 경험
반사이익 얻으려면 “눈에 띄지 않는 외교 필요”

입력 : 2023-04-25 오후 4:31:12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미국이 마이크론 제재 시 부족분을 메우지 말라는 요구가 부당하게 들리지만 한국의 반사이익도 부각됩니다. 미중 갈등 속에 중립을 택해야 하는 한국은 한쪽 편을 드는 선언적 외교를 피하면서 실리를 챙기는 게 최선입니다. 이를 위한 윤석열정부의 외교 역량이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현대차는 최근 중국 창저우 공장 매각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이미 베이징 공장과 충칭 공장 문을 닫은 바 있습니다. 업계는 현대차의 중국 진출 사례를 토사구팽으로 꼽습니다. 현지 투자할 때는 환영했던 중국이 자급화 이후 찬밥 취급을 한다는 지적입니다. 겉으로 공장 철수는 현지 판매 인기가 식은 탓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물밑 압박도 있었습니다. 중국 당국이 수년전부터 환경문제를 들어 현대차 공장을 도심 외곽지역에 몰아내려 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도 비슷합니다. 국내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구 LG화학) 등 배터리 업체가 현지 투자를 했지만 이후 중국이 자국 배터리 업체만 보조금을 주며 차별했습니다. 국내 업체들의 중국 공장은 유럽 수출을 위한 전초기지쯤으로 전락했습니다.
 
이런 전철을 밟았기 때문에 국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도 비슷한 과정이 우려됐습니다. 중국은 수입 1위 품목인 반도체의 자급화를 위해 재정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SMIC(파운드리), YMTC(메모리) 등 중국 로컬업체가 고속성장한 성과도 뚜렷합니다. 전자산업 정보업체 IBS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세계 28나노 반도체 생산 중 중국의 점유율은 15%로 집계됐습니다. 2025년까지 40%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놨습니다. 해외 반도체 스타트업을 인수해 퀀텀점프하려는 중국의 시도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속에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의 전략은 한국에도 후발주자를 따돌릴 시간을 벌어줍니다.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대만 TSMC의 경우 양안관계 냉각에 따른 리스크에 노출돼 있습니다. 이또한 한국과 대만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기회요인이 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공식적인 발언으로 인정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 우리가 굳이 과민반응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라며 “미중 한쪽 노선을 택하는 게 득이 될 수 없는 우리로서는 눈에 띄지 않는 외교가 최선”이라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미중 갈등 속 협상의 실리를 챙기려면 반도체 등 대체 불가능 기술 영역을 방어하는 게 전제"라며 또한 "IRA나 무역확장법 232조 등 불리한 무역조건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퍼주기식 외교로만 비치는 게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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