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역대급 수출…기업 실적 부진 지속

수출 호조…기업 4분기 실적 부진 전망
삼성전자 부진…SK하이닉스만 상승세
석유화학, 여전히 적자 늪에서 허우적

입력 : 2025-01-07 오후 1:43:22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지난해 역대 최대 수출을 달성했음에도 기업들의 4분기 실적 전망은 어둡습니다. 수출액 확대가 고환율의 영향인데다, 세계적인 고물가로 원자잿값이 상승한 것을 감안하면 수출이 늘었어도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롯데케미칼 대산 공장. 사진=뉴시스
 
2024년 수출은 전년비 8.2% 상승한 6838억달러를 기록해 역대 최대실적을 달성했습니다. 12월 수출도 전년동월비 6.6% 증가한 614억달러로 역대 최대치였습니다. 정부는 이같은 수출 성과를 자축하지만, 산업현장은 위기감에 휩싸여 있습니다. 역대급 수출의 '역설'인 셈입니다.
 
7일 업계에 따르면,대표적 수출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도 저조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에 전년동기비 영업이익이 상승하는 기저효과가 있겠으나, 직전 분기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하락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증권가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로는 매출 77조원대, 영업이익 8조원대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2023년 4분기엔 영업이익이 2조원대에 불과했으나 전분기에 비해선 상승한 바 있는데, 이같은 계절적 성수기 효과가 2024년 4분기엔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삼성전자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승승장구합니다. SK하이닉스는 4분기 매출 19조원대, 영업이익 8조원대로, 전분기와 전년 동기 대비 모두를 초월하는 역대급 실적이 예상됩니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하나만으로 가전·모바일·디스플레이까지 합한 삼성전자 영업이익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만년 적자가 우려되는 석유화학도 수출과 실제 분위기가 딴판입니다. 전년 대비 낮은 유가로 인한 수출단가 하락에도, 작년 한해 동안 석유화학 수출은 신증설 설비 가동에 따른 수출물량 증가 덕분에 5% 증가한 480억달러를 기록했습니다. 12월에도 전년 동월 대비 1.8% 상승한 39억달러로 전체 수출을 견인했습니다. 하지만 주요 화학 기업들은 경영난에 시달립니다. LG화학은 간신히 화학 사업 흑자를 방어했으나 배터리 자회사 적자가 커져 4분기 전체 영업이익도 적자에 빠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롯데케미칼은 5분기째 연속 영업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중국발 공급과잉과 중동산 가격공세 속 구조적 불황에 빠진 화학업계를 돕고자 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전망은 어둡습니다. 공급과잉이 완화될 2028년까지는 버텨야 하는데 이후에도 경영난이 해소될지 확신이 없기 때문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국가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한 탄소규제를 앞두고 로컬 기업들이 몰아서 증설한 물량이 작년에 거의 소진됐다”며 “2028년쯤엔 수급이 개선될 텐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과 중동의 점유율이 너무 커져 2028년 이후에도 답이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했습니다.
 
이 와중에 계엄 사태로 환율까지 폭등해 석유화학 업체들은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롯데케미칼은 14개 공모 회사채(약 2조450억원 규모)에 대한 조기 상환 위험이 닥치기도 했습니다.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신용 보강조치한 덕분에 급한 고비를 넘겼지만, 말레이시아 LC 타이탄 매각을 검토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국정이 거의 마비된 상황에서 궁지에 몰린 기업들이 어렵게 자구책을 찾는 모습입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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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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