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5일(현지시간) 백악관 관저를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선물 교환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 밀착한 불균형 외교를 펼쳤습니다. 미국의 불법도청 의혹에도 "한미 동맹을 지지하는 철통같은 신뢰를 흔들 이유가 없다"며 미국에 책임을 묻지 않은 것은 물론, 우크라이나와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손을 들어주며 중국과 러시아를 등졌습니다. 어정쩡한 줄타기 대신 국익을 확실히 얻어내겠다는 계산이지만, 안보와 경제에서 우리가 감수해야 할 위험이 훨씬 커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 올인' 외교…전략적 모호성 '폐기'
윤석열 대통령은 2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미국과의 가치동맹 기조를 더욱 강화하는데 나섰습니다. 큰 틀에서 경제와 안보로 의제가 나뉜 이번 회담에선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선 한미 확장억제 강화, 경제안보 협력 구체화, 한미 미래세대 교류 지원 확대, 글로벌 이슈 공조 강화 논의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특히 한미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양국의 강화된 확장억제 방안을 담은 '워싱턴 선언'을 채택했습니다. 여기에는 양국 간 핵협의그룹 창설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이번 한미 회담 결과는 '미국에 올인'한 윤 대통령 외교 기조의 최종 성적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은 전날 공개된 미 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불법도청 의혹을 낳은 미국 정부의 기밀문서 유출에 대해 "사실과 다른 내용들이 많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이 사안은 한미 동맹을 지지하는 철통같은 신뢰를 흔들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믿는다. 자유와 같은 공유된 가치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이 이번 방미 일정을 고려해 미국의 도청 의혹에도 별다른 항의 없이 파장을 최소화하는 데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도청 의혹과 관련해 미국에 대한 사과, 재발방지 요구 없이 이를 묵인하고 가겠다는 겁니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국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미 첨단산업포럼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미국과 등진 중·러에 '강경'…위기의 'K경제·안보'
반면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적대적 태도는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과 관련한 질문에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도 공급해야 할 때가 온다면, 전선의 상황이 달라진다면, 한국이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을 외면하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며 또다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앞서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반발을 감안한 듯 "전쟁 당사국 간 관계를 고려하겠다"고 언급한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 내용과는 또 달랐습니다. 두 언론의 인터뷰 사이 윤 대통령의 입장이 다소 바뀐 건 미국의 강력한 요구 때문이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윤 대통령은 또 대만과 관련해서는 대만 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면서 '무력으로 현상을 바꾸려는 어떠한 시도에도 동의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했습니다. 앞서 중국은 외교라인을 총동원해 윤 대통령의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 발언을 비판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본지와 한 통화에서 "중국은 지금까지 어떠한 조치도 안하고 말로만 반발했는데, (한미) 정상회담 결과를 지켜보느냐고 대응을 안 한 것"이라며 "회담 결과를 보고 우리에게 상당히 불이익을 주는 조치를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번 방미에서 59억달러(8조원) 규모의 투자 유치 성과를 냈습니다. 또 미 항공우주국(NASA) 우주센터 중 한 곳인 고다드 우주센터를 방문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함께 우주동맹을 강화할 것을 합의하고, 나사와 향후 우리나라에 설립할 우주항공청 간 협력 체계 구축 등도 논의했습니다. 또 윤 대통령 부부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부부와 함께하는 첫 일정으로 백악관 관저에서 친교 행사를 갖고 선물도 교환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