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핵협의그룹' 창설…묘수 못 찾은 'IRA·반도체법'(종합)

한미정상회담서 확장억제 강화 방안 마련…핵 자산 사용 공동 기획·실행

입력 : 2023-04-27 오전 8:00:21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워싱턴 선언’을 채택해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가장 강력한 수준의 확장억제 강황에 합의했습니다. 또 양 정상은 ‘핵협의그룹’(Nuclear Consultative Group·NCG)를 설립하고, 북한의 핵 공격 때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해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하기로 약속했습니다.
 
한미 정상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총 80분간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미정상 공동선언문을 비롯해 북한의 핵 억제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워싱턴 선언 등을 채택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뒤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바이든 대통령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두 정상은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직면해 상대방의 선의에 기대는 '가짜 평화'가 아닌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통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해 양국 간 확장억제를 획기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며 "이런 의지를 '워싱턴 선언’에 담았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 선언'은 공동성명과 별도의 문서로, 양국 정상이 대북 확장억제 방안을 별도 문건에 담아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북 핵공격시 즉각 한미 정상 간 협의
 
윤 대통령은 또 확장억제 강화의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선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공격시 즉각적인 정상 간 협의를 갖기로 했으며, 이를 통해 미국의 핵무기를 포함하여 동맹의 모든 전력을 사용한 신속하고,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을 취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습니다.
 
양국은 이와 같은 확장억제 시스템의 구체적 작동을 다루기 위해 핵협의그룹 창설에도 합의했습니다. 나토처럼 핵 전략자산을 배치하진 않지만, 중대한 사태가 발생하면 미국의 전략자산 사용계획, 확장억제 계획에 한국이 관여하고, 공유하는 형태를 의미합니다.
 
윤 대통령은 핵협의그룹과 관련해 "이제 한미 양국은 북한 위협에 대응해 핵과 전략무기 운영 계획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한국의 첨단 재래식 전력과 미국의 핵전력을 결합한 공동작전을 함께 기획하고 실행하기 위한 방안을 정기적으로 협의할 것이며, 그 결과는 양 정상에게 보고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도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중요한 건 밀접한 협업과 협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한반도에 핵자산을 배치하지는 않겠지만 잠수함 같은 전략적 자산들을 전개해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미국이나 동맹, 파트너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북한이 핵공격을 감행하면 "정권의 종말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다만 미국은 한국이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원국으로 지닌 의무를 상기시키며 한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술핵 재배치나 독자 핵무장론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이번 회담에서 경제안보 분야의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저와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를 포함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양국 기업 간 상호투자가 확대되고 있는 것을 환영했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한미 정상은 양국 국가안보실(NSC) 간 '차세대 신흥·핵심기술대화'를 신설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기술대화를 통해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퀀텀 등 첨단기술 관련 공동연구·개발과 전문인력 교류가 촉진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양국은 이와 함께 첨단기술 분야인 양자과학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강화를 위한 별도의 공동성명을 채택했습니다.
 
한국 기업들에 피해가 우려되는 경제 안보 핵심 관심사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도 이번 정상회담 의제에 올랐지만 공동성명에는 "긴밀한 협의를 계속해 나가기로 약속했다"며 추가적으로 진전된 내용은 없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첨단기술 분야에서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더욱 강화시켜 나갈 수 있도록 긴밀한 협의와 조율을 해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소인수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우크라이나 협력 지속"…무기 지원 가능성 배제 안해
 
한미 정상은 양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이행 과정에서 더욱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윤 대통령은 "국제사회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가능성을 여전히 배제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또 중국 문제 역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습니다.
 
공동성명에는 "바이든 대통령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윤 대통령의 대승적 조치를 환영하고 지역·경제안보에 관한 3국 협력 심화로 이어지는 한일 협력 확대를 강력히 지지한다"는 한미일 3국의 협력 강화 의지도 담겼습니다.
 
마지막으로 미국의 도청 의혹은 이번 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 미국에 대한 사과나 재발 방지 요구도 따로 없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윤 대통령은 도청 의혹에 대해 "국가 간의 관계에서 이런 다양하고 복잡한 변수가 있는 문제에 대해서 시간을 두고 미국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충분히 소통할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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