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가 2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입장을 말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2일 '셀프 검찰 출석'이라는 무리수를 두면서 박광온호가 첫발부터 난제에 직면했습니다. 민주당은 곧 쇄신 의원총회와 이를 위한 사전 의총을 열고 이른바 돈봉투 의혹을 수습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하는데요.
당장 3일 사전 의총을 앞두고 쇄신 의총 의제부터 의총의 실효성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송 전 대표의 검찰 자진 출석에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며 당내가 어수선해지는 양상인데요. 새 원내지도부가 이런 혼란을 정리해 의혹을 해소할 방향성을 구체화하기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됩니다.
무리수 둔 송영길에…"당도, 본인도 '마이너스'"
송 전 대표는 이날 오전 검찰에 자발적으로 출석했다가 거부되자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 말고 저를 구속시켜 달라”고 밝혔습니다. 송 전 대표 측은 검찰의 소환 통보가 없었음에도 전날 자진 출석을 예고했는데요. 검찰이 “피조사자가 일방적으로 출석 일정을 정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조사 불가 입장을 내고 송 전 대표를 돌려보낸 겁니다.
이날 송 전 대표의 자진 출석을 두고 민주당에서는 엇갈린 시선이 나왔습니다. 송 전 대표가 수사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의지를 표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이 있었는데요. 송갑석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검찰 수사가 조금 속도가 더디고 또 그 주변에 대한 압수수색 등이 들어가고 이런 상황에서 정면으로 본인한테 물어볼 것 있으면 정확하게 조사를 해라, 이런 의지를 표명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봤습니다.
반면 송 전 대표의 자진 출석이 실제 검찰 조사에 충실히 임할 것이라는 증거로 기능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었습니다. 송 전 대표가 스스로 검찰로 향한 모습은 결국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려는 의도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분석입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당에도, 본인에게도 도움이 안 되는 ‘마이너스’ 행보”라며 “검찰이 부르지도 않았는데 먼저 간다는 것은 조사를 성실히 받기보다는 정치적으로 방어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윤관석·이성만 탈당 거론 속 '이재명 결단' 촉구 분출
연일 당을 뒤흔드는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의 파장을 수습하고자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쇄신 의총을 공약으로 내걸었는데요. 박 원내대표는 쇄신 의총의 안건과 진행 방식 등 세부사항을 결정하는 의총을 진행합니다. 쇄신 의총을 열기 전 쇄신 의총의 구상과 계획을 의원들에 설명하고,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취지인데요.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향후 쇄신 의총에서 논의할 사항을 정하기 위한 상견례 자리 겸 준비 의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민주당은 쇄신 의총 개최를 전후로 적잖은 진통을 겪을 전망입니다. 당 차원의 대응에 대한 의원들의 온도 차가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최고위원회가 그냥 결정을 내리면 된다”며 “이 문제에 대한 도덕적, 정치적 책임을 어느 정도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처리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결정하면 된다”고 촉구했습니다. 의총까지 갈 것도 없이 지도부가 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도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지금 의총을 해봐야 언론에 나온 것들, ‘카더라’만 가지고 하는 공방밖에 되지 않고 그럼 ‘사실이 아니다’라는 얘기도 나올 수 있어 과연 이게 제대로 굴러갈 것인가”라며 “팩트를 가지고 진지한 토론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 그게 결여된 것 같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검찰이 돈봉투 의혹에 연루됐다고 보고 압수수색을 단행한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거취를 놓고서는 큰 이견은 없을 것으로 관측되는데요. 송갑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윤 의원과 이 의원의 자진 탈당 문제를 두고 “의원들에게서 당연히 그런 말이 나올 소지가 높다”고 언급했습니다.
조 의원도 “정말 미흡하더라도, 아프더라도 팔 하나를 잘라낸다는 심정으로 철저히 조사하고 밝히지 못한 것이 있다면 ‘강제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이럴 수밖에 없었다’고 양해를 구하고 그때까지 나온 사실만으로 출당이나 제명 같은 처분을 취해야 할 것 같다”면서도 “강제 수사권 없다는 이유로 다 포기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