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이른바 '돈봉투 의혹'에 휩싸인 민주당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자진 탈당을 결정하면서 민주당이 급한 불은 끈 모습입니다. 하지만 윤 의원과 이 의원의 탈당만으로 의혹의 파장을 모두 가라앉히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당내에서 나오고 있는데요.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한 책임론도 여전히 잠복해 있어 혼란을 수습하기까지의 민주당의 여정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은 3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신상발언을 마친 뒤 탈당을 공식화했습니다. 윤 의원은 이날 의총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즉각 탈당하기로 했다”며 “여러 할 말은 많고 사실관계 반박도 필요하지만 앞으로 법적 절차에서 성실히 소명해 진실을 밝히겠다고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의원도 “탈당하는 것으로 입장을 밝혔다”며 “앞으로 당을 떠나 적극적으로 투쟁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은 검찰 수사가 정치공세의 일종이라고 규정했는데요. 윤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은 본 사건의 성격은 녹취록의 일방적 정황에만 의존한 정치 검찰의 야당 탄압, 기획 수사라는 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의원도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에 “결국 이번 사태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는 검찰의 정치공세도 한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죠.

 

두 의원이 자진 탈당을 단행하면서 민주당은 돈봉투 의혹의 고비를 한차례 넘었다는 분위기입니다. 실제 이 대표는 이들의 자진 탈당에 미안함과 감사함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두 의원의 탈당에 이 대표가 “안타까움과 끝까지 같이 못 하는 데 대한 미안함, 그런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결단해 주신 데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도 많이 하셨다”고 전했습니다.

 

 

송영길 전 대표에 이어 윤 의원과 이 의원까지 탈당 수순을 밟았지만, 민주당이 한숨 돌릴 단계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정리하고 내년 총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이 대표 선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나와야 한다는 의미인데요. 이 대표는 지난달 24일 송 전 대표의 귀국 기자회견이나 전날 검찰 자진 출석과 관련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지난달 1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의혹을 두고 사과하고 송 전 대표 귀국을 요청했다고 발표한 이후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것이죠.

 

이에 대해 한 민주당 의원은 “이 대표 책임론은 잠복돼 있는 상태”라면서도 “계기가 있으면 나올 수는 있지만 아직 표면화하지는 않았다”고 봤습니다. 이원욱 의원도 전날 KBS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끝까지 갈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갔는데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둘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특히 윤 의원과 이 의원을 향한 당 지도부 차원의 자진 탈당 압박이 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대표가 당의 관여 가능성에 선을 그으면서 이 대표를 향한 당내의 시선에는 의구심이 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의혹의 피의자로 지목된 송 전 대표에 침묵하는 이 대표가 윤 의원과 이 의원의 탈당도 당의 요청이 아닌 두 의원의 의지라고 설명한 셈이니까요.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두 의원의 탈당을 직접 설득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본인들이 결단하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