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삼성전자 노조 “대화의 장 열려있다”…파업 대신 투쟁 선택

반도체 적자 여론 반발 고려한 결정
“진실된 무노조 경영이라면 이 회장 직접 나서야”

입력 : 2023-05-04 오후 2:11:59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권리인 쟁의권을 확보한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 등 경영진과 노조 인정, 임금 교섭에 대한 대화의 장이 아직은 열려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장 파업에 들어갈 수도 있으나 불확실한 거시경제 상황에서 집단 파업에 들어갈 경우 이에 따른 여론의 반발이 거세질 것을 우려해 파업이 아닌 투쟁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4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노조)는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고용노동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조정 중지 결정에 따른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현국 노조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노조는 다음 주에는 베트남으로 가 전 세계 140여개 노조가 모인 자리에서 삼성의 악행을 알리고 올 것이고, 돌아와서는 전국 삼성 임직원을 만나러 다닐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의 기자회견이 단순히 임금 인상을 바라기 위함이 아니라, 노동 3권을 인정해달라는 것이 회견의 취지”라고 덧붙였습니다.
 
쟁의권 확보에도 파업을 안 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사측 경영진과 대화가 먼저이고, 이재용 회장이 나와 (우리와) 대화하면 파업은 안 할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파업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기 때문에 여전히 삼성은 노조의 파업 리스크가 상존합니다.
 
김만재 금속노련 위원장은 연대 발언에서 “금속연맹의 총파업이 6~7월 계획하고 있는데 이때 삼성연대의 공동파업도 준비를 하고 있다”며 “삼성연대 회의에서 교섭이 결렬되면 공동 투쟁으로 갈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금속노조 산하에 삼성연대, 모든 삼성그룹 노조가 속해있습니다. 
 
이날 노조 측은 낮은 임금 인상률도 문제이지만, 사측이 노조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오상훈 삼성연대체 의장은 “물가상승률은 10%와 비교하면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 인상률이 높은 수준은 아니다”며 “2%인상에 멈춰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며칠 있으면 삼성이 무노조 폐기를 선언한지 3년이지만 지난 이 회장이 선언한 ‘무노조 폐지’ 선언은 대사기극이라고 말하고 싶다”며 “사측은 노조가 있음에도 노사협의회와 임금 협상을 해오고 있다. 무노조 경영이 되기 위해선 이재용 회장을 만나야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회장과의 만남을 위해 노조 측에서 수차례 요구했지만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다”며 “3년 전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매년 2월에서 3월께 노사협의회와 임금 협상을 진행합니다. 사원 대표들로 구성된 노사협의회는 삼성전자 회사를 대표하는 사용자 위원과 직원을 대표하는 근로자 위원이 참여합니다. 
 
앞서 지난해 노조는 임금 협상이 결렬되자 쟁의 조정을 신청해 쟁의권을 확보했으나 파업에 나서지는 않았는데 이번에도 파업에 나서는 선언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연대투쟁을 고민하고 있으며, 올해 금속연맹 등과 함께 연대해 공동파업에 대한 계획을 세운 상태여서 파업에 대한 전운은 유지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편, 삼성전자 사측은 지난 달 14일 노사협의회와 기본 인상률 2%, 성과 인상률 2.1% 등 올해 평균 임금 인상률 4.1%에 대해 협의했습니다. 또 경영 환경 악화 등을 고려해 등기임원 보수한도 인상(17%)도 보류했습니다.
 
노조가 사측에 요구한 임금 인상률은 최소 6% 인상이며, 여기에 더해 고정시간외 수당 17.7시간 철회, 재충전 휴가 5일, 노조창립일 1일 등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사측은 수용이 어렵다는 입장을 노조에 전달했습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4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에 따른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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