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집창촌 '용주골')②전국은 폐쇄로…파주만 '집창촌' 이미지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전국서 12곳 폐쇄…남은 10곳도 폐쇄 중
파주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는 예외?…시민들 "창피하고 속상하다"

입력 : 2023-05-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병호·신태현 기자] 대한민국에 산재했던 성매매 집결지가 잇따라 문 닫는 상황과 달리 '파주 연풍리 소재 성매매 집결지'(용주골)는 전국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집창촌으로 남아 있습니다.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온갖 수단으로 막는 업소 업주들과 주변 상권의 이기주의로 인해 마지막까지 생존하는 불명예의 집창촌이 될 수도 있습니다. 통일의 관문, 청정지역인 파주시가 도시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 이후 전국서 성매매 집결지 12곳 폐쇄
  
성매매 피해자들을 돕는 '성매매 피해자 지원을 위한 현장상담센터협의회'에 따르면,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2004년 이후부터 2021년까지 폐쇄된 전국의 주요 성매매 집결지는 총 12곳입니다. 연도별로는 △2006년 강원도 춘천시 장미촌 △2010년 강원도 동해시 동해부산가 △2013년 춘천 난초촌 △2014년 부산시 범전동 300번지 및 해운대 609 △2020년 인천시 숭의동 옐로하우스 및 학익동 '끽촌', 대구시 자갈마당 △2021년 전남 전주시 선미촌,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경남 창원시 서성동, 서울시 청량리 588 등입니다.
전국 성매매 집결지 폐쇄 연도 및 파주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가 폐쇄된 배경엔 각 지자체가 성매매에 관한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도시 재개발과 재생사업 등을 적극 추진한 게 주효했습니다. 청량리 588 일대도 서울시가 재정비촉진구역으로 지정해 아파트를 짓기로 하면서 2021년 문을 닫았습니다. 전주 선미촌은 전주시가 2014년부터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를 발족해 폐·공가 매입을 통한 문화예술 공간 조성사업을 추진한 결과 2021년 폐쇄됐습니다.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성매매에 대한 형사처벌이 강화되고, 업소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이 '성매매 피해자'로 전환된 것도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현행 성매매특별법(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을 팔고 구매하는 행위, 성매매 알선 행위, 성매매에 제공되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금·토지 또는 건물을 제공하는 행위 등이 모두 불법이고 처벌 대상입니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과 성을 구매하는 사람은 징역 1년 이하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구류에 처해집니다. 업주와 업소 공간을 임대해 준 건물주·토지주도 모두 처벌을 받습니다. 다만 업소 여성 중 인신매매를 당했거나 위계·위력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성매매 피해자는 처벌하지 않고 있습니다. 
 
성매매로 인한 범죄수익 환수도 업소 업주들에게 타격을 줬습니다. 지난 2021년 4월15일 경기남부경찰청은 성매매특별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원시 수원역 일대 성매매 집결지 업주 5명의 운영수익 62억원을 동결했습니다. 이들이 수년간에 걸쳐 성매매를 알선하고 모은 재산을 다른 데 빼돌리지 못한도록 조치한 겁니다. 해당 업주들은 벌금은 벌금대로 물고, 재산도 동결됐기 때문에 더 큰 재산상의 타격을 받았습니다. 
 
전국에 남은 성매매 집결지 10곳도 폐쇄 중…파주시는 아직 '성업 중' 
 
<뉴스토마토>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재 전국에는 남아 있는 성매매 집결지는 10여곳 정도입니다. 서울 영등포, 부산 완월동, 경기도 성남시 중동, 강원도 원주시 희매촌 등입니다. 다만 이곳들 역시 앞서 문 닫은 12곳처럼 각 지자체의 노력과 경찰 단속 등으로 폐쇄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파주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는 다른 곳들과 달리 폐쇄가 더딥니다. 김경일 파주시장은 성매매 집결지 연내 폐쇄를 공언했으나 업소 업주들과 주변 상인들이 갖가지 수단으로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용주골 폐쇄가 난항인 이유를 온전히 업주와 주변 상권의 '이해' 탓으로만 돌릴 순 없습니다. 파주시의 경우, 경찰의 단속이 미약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입니다. 파주경찰서는 지난 1월 파주시청, 파주소방서와 함께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 폐쇄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습니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적발한 업주는 6명, 업주에게 성매매 장소로 공간을 임대해 준 건물주 입건은 2명에 그칩니다. 4월 말 기준으로 이곳의 전체 업소가 105곳, 영업 중인 곳은 73개소라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미미한 실적입니다.
 
파주경찰서의 상황 인식도 파주시청과는 다소 결이 달라 보입니다. 경찰은 성매매 집결지 전체 업소 중 현재 영업하는 건 40~50곳, 저녁에도 불이 켜지는 곳은 10~15개소로 파악했습니다. 파주시청이 영업 중인 업소를 73곳으로 파악한 것과 비교하면 수치 차이가 큽니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영업 실태를 3월부터 매일 집계하고 있는데, 오후 6시부터 저녁 11시까지 불이 켜진 업소가 하루 평균 45곳 정도"라며 "오후 11시 이후에도 단속을 피해 불을 켠 곳이 있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업소 중에서 불법건축을 한 곳에 대해선 행정집행을 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경찰 단속이 너무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대해 파주경찰서는 업소 업주들과 여성들이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반발하는 상황에서 자칫 과잉진압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는 입장입니다. 파주경찰서 관계자는 "불법이라고 무조건 단속을 하기보다는 꾸준히 순찰을 돌아서 업소들이 '단속될 수 있다'는 위압감을 느끼게 하고, 궁극적으로 장사를 못하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며 "단속을 자주 나간다고 해서 그간 버티던 업소들이 폐쇄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경기 파주시 파주읍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의 불법건축물에서 철거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파주시)
 
'통일 관문' 파주, '집창촌'에 이미지 발목…시민들 불만 커져
 
성매매 집결지 폐쇄가 오랜 세월 유예된 파주시는 통일의 관문, 청정지역 대신 집창촌 이미지가 굳어졌습니다. 시민들의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로 성매매 집결지가 소재한 파주읍 연풍리 인구는 2015년 4669명에서 지난해 4246명으로 9.05% 줄어들었습니다. 같은 기간 파주읍 인구가 1만3651명에서 1만4120명으로 3.43%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이 지역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습니다.
 
성매매 피해자에게 가해진 악랄한 범죄 소식도 지역 이미지를 갉아먹고 있습니다. 2020년 11월 경기북부경찰청은 전남에서 활동하는 조직폭력배 일당이 지적장애 여성 3명을 유인, 돈을 받고 파주 연풍리 성매매 집결지로 팔아넘긴 사실을 적발했습니다. 교제를 가장해 여성을 꾀어 이곳으로 보낸 조직폭력배도 있었습니다. 
 
파주읍에서 만난 홍모씨는 "'용주골'이라는 지명은 연못에서 용이 승천했다는 설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금 용주골은 원래 의미보다 사창가 이미지로만 유명해서 창피하고 속상하다"고 했습니다. 파주시청 관계자는 "시민들은 성매매 집결지를 폐쇄하고 부정적인 지역 이미지에서 벗어나기를 염원하고 있다"며 "파주시는 이달 말까지 '성매매 집결지 폐쇄 범시민 서명운동'을 하고 있는데, 갈수록 서명 참여자가 늘고 있다"고 했습니다. 파주시의 서명 확보 목표치는 10만명입니다. 올해 3월 기준 파주시 인구(50만8748명)의 5분의1에 해당하는 숫자입니다. 시청의 다른 관계자는 "매주 화요일에는 성매매 집결지 걷기 대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주민에게 성매매 집결지 폐쇄의 필요성을 체감시키려는 취지의 캠페인"이라고 말했습니다.
 
최병호·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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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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