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최근 금융감독원은 에코프로(086520) 매도 리포트를 쓴 A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서면 질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매도 세력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니냐는 민원의 여파로 보이는데요. 증권가에서 매도 리포트를 쓰는 경우가 흔하진 않지만 보고서 작성자에게 민원을 이유로 금감원까지 조사에 나설 일이냐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일각에선 과거 A증권이 주가조작 사태와 연루된 사건을 짚으며 주홍글씨 혹은 연좌제 아니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매수 일색의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를 상대로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매도 보고서 부족이 더욱 심화될 지 모른다는 우려의 시선도 나옵니다.
에코프로 그룹주의 주가가 천정부지 치솟던 지난달, 증권사에서 에코프로 '매도' 의견이 담긴 리포트가 나왔습니다. 지난달 12일 A증권 B 연구원은 Great company, but Bad stock(위대한 기업, 다만 나쁜 주식)라는 이름의 리포트를 냈습니다. 그는 에코프로의 투자의견을 '매도'로 하향 조정했고 목표주가는 11일 종가보다 41% 낮은 45만4000원으로 제시했죠.
순항하던 에코프로의 주가를 꺾은 여파는 컸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올해 초 코스닥 시장에서 에코프로를 가장 많이 샀기 때문이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A증권 매도 리포트가 나온 지난달 12일 기준 개인은 올해 들어 에코프로를 1조2813억원 순매수 중이었습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항의는 물밀듯 밀려왔습니다. B 연구원에 대한 항의 전화가 A증권 리서치센터에 빗발쳤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애널리스트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시세조작을 하고 있다"는 등의 악의적인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분노한 투자자들의 항의는 금감원까지 이어졌습니다. 일부 투자자들이 금감원에 B 연구원과 공매도 세력에 대한 민원을 넣은 것이죠. A증권 관계자는 "해당 민원은 각하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습니다. 금감원은 각하된 민원에 대해선 조사할 필요가 없지만 B 연구원에 서면 질의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증권 관계자는 "각하된 민원이지만 민원인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당국이 들여봐야 했을 것"이라며 "B 연구원은 금감원의 서면 질의에 성실히 응답했다"고 전했습니다.
과거 주가조작 사건 재조명…실형 받은 애널도
업계에선 금감원이 각하된 민원임에도 불구하고 서면 질의에 나선 것에 대해 과거 A증권이 연루된 주가조작 사건을 재조명 했습니다. 과거에 새겨진 주홍글씨로 인해 올해까지 연좌제가 적용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 것이죠.
A증권은 과거 한 애널리스트가 선행매매로 차익을 챙겨 구속 당한 사건이 있습니다. 오 모 애널리스트는 기업분석 리포트를 내기 전 관련 주식을 미리 산 다음 리포트 배포 후 주가가 상승하면 주식을 팔아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오 모 애널리스트는 베테랑 애널로 명성이 높아 리포트 영향력이 컸습니다.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뽑히기도 했죠. 결국 해당 사건은 2019년 7월 출범한 금감원 자본시장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의 첫 수사 대상이 됐고 그해 9월 A증권 리서치센터는 압수수색을 받았습니다. 수십억원대의 차익을 챙겨간 오 모 애널리스트는 2020년 구속 이후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이모 전 A증권 대표와 이 모 애널리스트가 선행매매에 연루된 사건도 있습니다. 이 전 대표는 2017년 2월부터 약 2년간 선행매매로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죠. 이 모 애널리스트는 이를 도와주며 본인도 선행매매를 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남부지방법원 제13형사부는 올해 1월 이 전 대표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 전 대표가 선행매매 지시했거나 선행매매 사실을 알고 종목 추천을 받지 않았다고 재판부는 판단했습니다. 반면 이 모 애널리스트에겐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금감원 "관련 없다"…단호한 입장
A증권의 주홍글씨로 남은 주가조작 사건들이 이번 금감원 서면 질의에도 영향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는데요. 금감원 측은 "그건 아니다"라고 분명히 입장을 밝혔습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각하된 민원에 대해서는 따로 조사가 없다"며 "서면 질의를 진행한 것은 크게 의미가 없는 사실"이라고 밝혔습니다. 관계자는 이어 "해당 연구원도 걸리는 부분이 없어 편하게 해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A증권 관계자는 "관련 종목이 과열된 상황에서 금감원이 질의를 한 것이고 정식 조사는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에코프로 그룹주는 약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15일 장중 8%에 가까운 낙폭을 기록 중이며
에코프로비엠(247540)은 5%가 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이 실형을 선고 받았단 소식이 전해지며 에코프로 그룹주 및 2차전지주는 약세를 보였습니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마켓퍼폼'으로 하향했습니다. 마켓퍼폼은 몇 증권사에서 투자의견 '중립'이라는 의미로 쓰이는 용어입니다. 전 연구원은 "최근 주가 상승이 가팔랐으나 이를 설명할 수 있는 수준의 펀더멘탈 요인이 부족하다"며 "리스크 리워드 관점에서 단기간 투자 매력도가 하락해 투자의견 하향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 등 일부 종목 고밸류가 지속되는 가운데 상반기 내 추가 수주 등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여기에 궈시안의 미국 내 양·음극재 공장 설립 보조금 승인으로 미국 내 중국 공급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전망했습니다.
금융감독원. 사진=뉴시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