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보험사들이 1분기 실적 발표를 시작했지만 새 회계기준(IFRS17)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이 IFRS17의 중요 지표 산출을 보험사 자율에 맡기겠다고 해놓고, 실적 발표 직전에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보험사들은 난감해진 상황입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1분기 실적발표를 진행 중인 보험사들은 계약서비스마진(CSM) 산출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실적 발표 직전 금융당국이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혼란이 빚어졌기 때문입니다.
CSM이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이 미래에 가져다 줄 이익을 현재의 가치로 나타낸 값입니다. 일반적으로 보험의 손해율이나 계약해약률, 할인율 등을 가정(계리적 가정)해 CSM 값을 산정합니다. 즉 CSM은 예측이 반영된 값입니다.
현재 보험사들은 제각기 계리적 가정을 활용해 CSM값을 산출하고 있습니다. 보험사별로 자기 회사에 유리하도록 손해율·해약률·할인율을 적용할 수 있는 만큼 실제 발생한 매출액을 비교하는 것과는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별 주력 상품군에 차이가 있고 상품마다 CSM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달라진다"며 "IFRS17이 처음 도입돼 항목에 대한 개념이 보험사 관계자들에게도 생소한데다, 수많은 계리적 가정을 통해 CSM값을 내기 때문에 명확한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차수환 금감원 부원장보는 이날 IFRS17과 관련해 "빠른 시일 내 주요 계리적 가정 등에 대한 세부 기준을 제시하겠다"며 "보험사들은 회계상 기초 가정을 합리적으로 설정해달라"고 당부했습니다. 그러면서 미래 실손보험 손해율, 무·저해지 보험 해약률 등의 가정에 대해 세부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보험사들이 지난해 실적 발표 직후 CSM 기준에 대한 문제제기를 해왔는데요. 당시에도 몇몇 보험사들의 CSM값이 과도하게 자사에 유리하게 산출했다는 의심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후 한 달여 시간이 지나서야 당국의 지침이 나온 것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CSM 기준을 당국이 정하는 게 맞느냐에 대해 보험사나 회계 전문가 등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가이드라인을 내겠다는 발표를 한창 보험사 실적이 공개되는 때에 해서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토로했습니다. 결국 금융당국의 지침이 나오기 전에 산출한 1분기 CSM 수치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로 삼성화재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에 대한 토로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배당정책을 밝히기 어려운 배경에 대해 "올해 IFRS17 도입과 함께 사업환경이 굉장히 불안요소가 많은 시기"라고 답했습니다. 또한 이날 컨퍼런스콜에 참석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융권과 금융당국이 수년간 IFRS17을 준비했는데 이제서야 가이드라인을 준다고 해 안타깝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11일 차수환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보험사 CFO를 만나 IFRS17과 관련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사진 = 뉴스토마토)
허지은 기자 hj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