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6일 오후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장원리에서 열린 '청년농업 현장방문 및 간담회'에서 모내기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김남국 무소속 의원의 거액 가상화폐(코인) 보유 파문이 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86(80년대 학번·60년대 생)그룹을 필두로 한 '제 식구 감싸기' 논란으로까지 번졌습니다. 비명(비이재명)계는 김 의원의 '셀프 탈당'을 용인한 이재명 대표의 사퇴를 강하게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7인회' 김남국, 대선 때 수행실장…"이재명 정무판단 문제"
비명계는 16일 코인 논란의 당사자인 김 의원뿐만 아니라 이 대표를 싸잡아 비판했습니다. 논란도 논란이지만, 이 대표와 지도부의 이번 사태 대응이 국민 눈높이를 생각할 때 한참 부족하다는 겁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사법 리스크가 문제가 아니라 리더십 리스크 문제"라며 "(이 대표가) 제대로 결정을 못 한다. 당 대표 리더십, 정무적 판단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이 대표 최측근 7인회이기도 하고, 대선 때 수행실장도 하고 어마어마한 측근"이라며 "그런 사람이 비위에 연루돼 벌써 열흘 가까이 지났는데 제대로 해명도 안 되고 사태는 점점 커져 가는데 제대로 맺고 끊는 게 전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B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민주당으로 민심이 이동하지 않고 윤석열정권을 살려주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몇 달 안에 해결하지 않으면 이 대표의 시간도 그냥 무한정 있는 게 아니라 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단상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본지와 한 통화에서 "아직은 이 대표 사퇴론은 당내 일부지만, 충분히 추후 일어날 수 있다는 증표"라고 강조했고, 다른 비명계 재선 의원은 "지난 14일 의원총회에서 (대표 사퇴 등)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느냐. 그것으로 갈음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비명계는 이 대표가 최측근인 김 의원의 탈당 선언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신 진상조사를 촉구했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지난 의총에서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윤리특위)에 김 의원을 제소하는 방안을 당 결의문에 담으려 했지만, 이 대표의 반대로 관철하지 못한 부분도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민이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에서 당이 제대로 된 반성의 자세를 보여줘야 함에도 지도부가 미적거리고 있다는 겁니다.
송영길 땐 '86' 김남국 땐 '친명'…방탄도 '닮은 꼴'
반면 친명계 분위기는 사뭇 다릅니다. 친명계 초선 모임인 '처럼회' 소속 황운하 의원은 지난 14일 "검찰이 사냥감을 정한 후 게임하고 놀이하듯 수사권을 남용하고 특정 언론과 협잡해서 프레임을 짜서 한 사람을 공격하면 그 대상이 된 사람은 패가망신을 피할 방도가 없다"고 주장했고, 처럼회 양이원영 의원은 같은 날 비명계 의원이 의총에서 이 대표의 재신임을 주장하자 "본색을 드러낸다. 그동안 무슨 일을 하셨다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라며 "오히려 본인이 당원들에게 재신임 받아야 하는 상황 아닌가"라고 날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전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지난 8∼12일 조사·미디어트리뷴 의뢰·이상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민주당은 텃밭인 호남에서 지난 조사 대비 10.6%포인트 하락한 56.7%의 지지율에 그치는 등 민심 이반 조짐이 뚜렷한 상황에서 김 의원에 대한 섣부른 옹호는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당내 비판이 만만치 않습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산불진압 헬기의 야간운항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소장파 이상민 의원은 "쇄신한다는데 과연 누가 주체이고 누가 대상인가. 쇄신의 대상자가 주체로 나서면 먹힐 수 있느냐"며 "(의총에서 나온 당) 결의가 진정하고 실효성이 있으려면 기존의 구조물이고 쇄신의 대상인 이 대표와 그 맹종파에 대한 조치가 선결돼야 할 것"이라고 직격했습니다.
민주당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논란이 일 때도 자기 세력에 대해서만큼은 '무한 온정주의'를 베풀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조기 귀국하라는 당내 지속적인 요청 끝에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3일 돈봉투 의혹 관련해 결백하다는 취지로 주장하자 같은 86그룹이 적극 옹호하고 나선 게 대표적입니다.
김민석 정책위 의장은 당시 "송 전 대표는 저와 마찬가지로 아직 집이 없는 드문 동 세대 정치인"이라며 "청빈까지 말하기는 거창하지만 물욕이 적은 사람임은 보증한다"고 적극 옹호했고, 서영교 최고위원도 "김기현 (국민의힘) 당대표가 민주당에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스스로를 되돌아보길 바란다"며 "김현아 (전) 의원이 고양시에서 공천을 미끼로 돈 봉투를 주고 갔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돈을 요구하는 내용이 녹음이 된 녹취가 있다고 한다"고 여권에 반격을 가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