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왼쪽), 태영호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국민의힘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 43주년을 맞아 내년 총선을 앞두고 호남 표심에 적극적인 구애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김재원 최고위원과 태영호 전 최고위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등 극우 인사와의 단절이 없으면 '도로 영남당'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국민의힘 주요 인사가 18일 광주 5·18 기념식에 집결한 것은 지난 2020년 8월 보수 정당 대표로는 처음으로 국립 5·18 민주묘역에서 무릎을 꿇은 김종인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례를 따르겠다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극우 리스크에 발목 잡힌 여당 '서진정책'
당시 김 전 위원장은 당의 5·18을 폄훼하는 발언에 대한 반성과 사죄의 의미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이때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소속 김진태 의원은 "5·18 문제에 있어서 우파가 물러나면 안 된다"고 주장했고, 이종명 의원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폭동이 민주화운동이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김순례 의원은 "종북 좌파들이 판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 집단을 만들어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망언으로 논란을 가중시켰습니다.
김종인 당시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020년 8월19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역을 찾아 오월 영령 앞에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민의힘이 호남 민심에 공을 들이는 이른바 '서진정책'은 이때부터 본격화됐습니다. 이후 국민의힘은 정강·정책에 5·18 이념을 명기해 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5·18 특별법 처리에도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등 호남 민심 달래기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순조롭게만 보였던 국민의힘 서진정책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에도 당 '극우 인사의 입'이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3월 "5·18 정신을 헌법에 넣겠다고 하는데 전라도 표가 나올 줄 아느냐. 반대한다"며 "표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판다는 게 정치인들 아니냐"고 여권의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 공약이 '거짓'이었음을 내비쳐 논란을 낳았습니다. 여기에 태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제주 4·3 사건은 김일성 지시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했고 전 목사도 "'5·18 광주사태는 북한 간첩이 선도한 폭동"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증폭했습니다.
태영호에 면죄부 준 국민의힘…야 "망언자 엄정 조치하라"
망언을 향한 당의 대처도 미흡했다는 평가입니다. 당 윤리위원회는 10일 김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1년의 중징계를 내리며 사실상 내년 총선 공천에서 배제했습니다. 하지만 태 전 최고위원에 대해서는 당원권 정지 3개월 징계만 내리며 사실상 면죄부를 줬습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광주 북구 광주역광장에서 전광훈(왼쪽)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자유마을을 위한 전국순회 국민대회'를 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 목사를 놓고 한동안 손을 놓고 있던 김기현호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이미 김기현 대표는 지난달 전당대회를 앞두고 전 목사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을 낳은 바 있습니다. 김 대표는 지난달 '전 목사와 선을 그으라'고 직격한 홍준표 대구시장을 향해 "전 목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당과 결부시켜 명예를 실추하는 언행에 대해 엄중히 경고한다"고 말했을 뿐, 전 목사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습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지난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진태 현 강원도지사가 5·18 비하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며 출마의 길을 열어주지 않았느냐"며 "서진정책이 일부 효과를 거두고는 있는데, 더 확실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망언을 한 인사에 대한 확실한 징계가 필요하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정부여당을 향해 "사죄와 반성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말이 진심이라면 망언을 일삼은 정부여당 측 인사에 대한 엄정한 조치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