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코인’에 간호법까지…민생 뒷전 된 5월 임시국회

여야 '신속 처리' 입 모은 전세사기 특별법 논의 지지부진
재정준칙, 소위 논의도 안돼…노란봉투법·방송법도 '지뢰'

입력 : 2023-05-20 오전 6:00:00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안 등을 심의하기 위해 지난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김정재 소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의혹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간호법 제정안 등을 놓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민생 법안 처리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세사기 피해 구제 등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는 문제에서 관련법 제정이 지지부진한데요. 국회가 정쟁에 매몰돼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여 “남국 수호” 맹공…야 “간호법 재표결” 고수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 친명(친이재명)계 의원들과 강성지지자들은 조국 수호에 이어 ‘남국 수호’ 모드에 돌입했다”며 “민주당은 국민적 분노가 임계점을 넘고 있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검찰수사와 별도로 당 차원에서 역량을 집중해 제기되고 있는 비리게이트 의혹의 실체를 규명하고, 국민의 분노가 공정한 결과로 해소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죠.
 
민주당이 김 의원 징계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비판한 건데요. 김 의원 탈당으로 민주당의 책임이 지워지지 않는다며 공세 수위를 늦추지 않는 모습입니다. 실제 이날 국민의힘 ‘코인게이트 진상조사단’은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위믹스 코인 발행사 위메이드를 방문해 2차 회의를 열었습니다. 조사단은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로부터 현황 보고를 받고 김 의원 의혹 등에 대해 질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민의힘이 김 의원 논란을 겨냥한 사이 민주당은 간호법을 대여 공격 지점으로 삼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간호법에 재의요구권을 발동한 다음 날인 지난 17일 민주당은 즉각 간호법 재표결 방침을 내놨습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국회가 재의결하려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합니다.
 
요컨대 국민의힘 의원들이 출석해 모두 반대표를 던지면 간호법 재의결은 불가능합니다. 윤 대통령이 처음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재표결이 이뤄졌지만, 국민의힘 반대로 부결됐죠. 이처럼 민주당이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재표결을 추진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후속 입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불가피한 과정이었다며 엄호했습니다.
 
전세사기 특별법 논의 제자리걸음…재정준칙 표류
 
여야가 쟁점 사안을 놓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벌이는 동안 상임위 차원에서 논의 중인 민생 법안은 진척이 희박한 상황입니다. 특히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을 위한 특별법의 경우, 여야가 일제히 빠른 처리에 입을 모았지만 협의가 안 되고 있죠. 여야는 지난 1일, 3일, 10일, 16일에 걸쳐 네 차례 만나 전세사기 특별법 제정을 두고 논의했습니다. 그러나 합의에 이르지 못해 오는 22일 다시 회의를 열기로 했습니다.
 
여야가 부딪히는 대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피해자 범위와 구제 방법입니다. 여야가 견해차를 좁히지 못하는 동안 지난 11일 서울 양천구에서 숨진 피해자에 더해, 전세사기로 세상을 등진 피해자는 총 4명이 됐습니다. 또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지난 16일 국회 본청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죠. 이 과정에서 피해자들은 본청 진입을 시도하다 제지당하며 본청 앞에서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국가채무를 일정 수준 이상 늘릴 수 없게 재정준칙 도입 논의도 요지부동입니다. 재정준칙은 연간 재정적자 폭을 국내총생산(GDP)의 3% 이내로 관리하며 국가채무 비율이 60%를 초과하면 2%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데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지난 15~16일 경제재정소위 회의를 열었지만, 재정준칙을 도입하기 위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은 논의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재정준칙 관련법의 5월 내 처리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문제는 여야의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더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김 의원 의혹과 간호법 외에도 노란봉투법(노조법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과 같은 여야의 이견이 선명한 사안들이 즐비하기 때문이죠. 민주당 주도로 지난달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50억 클럽 특검과 김건희 여사 특검 등 ‘쌍특검’과 감사원의 감사 개시, 계획 변경 등에 감사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얻도록 하는 감사원법도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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