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원포인트' 개헌, 성난 호남 달래기엔 역부족

김남국 코인·돈봉투 의혹 이후 호남 지지율 10%p 하락
'정면돌파' 없는 구애에 2016년 '호남 참패' 악몽 회자

입력 : 2023-05-18 오후 6:00:00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입장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윤혜원 기자]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정부여당에 제안한 5·18 민주화운동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원 포인트 개헌은 호남 민심을 잡을 포석으로 풀이됩니다. 총선을 1년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호남을 지켜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결과로 볼 수 있는데요. 호남 민심은 최근 민주당을 둘러싸고 벌어진 악재들로 흔들린 바 있죠. 근본적 혁신이 없으면 호남이 민주당에 등을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 대표는 18일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다음 총선에서 원 포인트 개헌으로 광주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키자고 대통령과 정부여당에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원 포인트 개헌을 처음 정부여당에 공식 제안한 다음 날 광주에서 재차 헌법개정의 필요성을 강조한 겁니다.
 
이 대표가 원 포인트 개헌 카드를 꺼내든 것은 최근 호남 민심이 심상치 않은 것과 무관치 않습니다. 실제 김남국 의원 코인 논란과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이 불거진 후 호남의 민주당 지지율은 급락했습니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지난 14일 발표한 여론조사(지난 812일까지 조사·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1.5%포인트 오른 47.0%였지만, 호남에서는 10.6%포인트 하락했습니다. 
 
민주당이 정체성이자 경쟁력으로 내세웠던 도덕성에 타격을 입고 ‘텃밭’에서도 이에 대한 실망감이 역력해지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습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입니다. 민주당으로서는 2016년 총선 당시 호남 지역에서 참패했던 ‘흑역사’가 있기에 더 민감할 수 있는 대목인데요. 당시 호남에서 민주당 심판론이 일면서 민주당은 호남 전체 지역구 28곳 가운데 3곳만 가져갔습니다. 심지어 광주에서는 무관이었죠.
 
그러나 민주당에 위기를 가져온 사안들에 대한 전면적 진상규명과 재발방지책 마련 등 ‘정면돌파’가 부재한 상태에서 추진된 ‘호남 구애’의 성과는 지지부진할 수 있습니다. 실제 민주당은 지난 14일 ‘쇄신 의원총회’에서 김 의원 문제를 논의하고 결의문을 냈지만, 김 의원의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제소는 빠져 대처가 미진하다는 당 안팎의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후 지난 17일 당 지도부는 김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했지만,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을 피하지는 못했습니다.
 
윤혜원 기자 hwy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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