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지난 2월17일 정식출시된
삼성전자(005930) 갤럭시S23가 출시 100일도 안 돼 0원폰이 됐습니다. 일부 스팟 매장을 중심으로는 소위 '차비(차비 명목의 웃돈)'까지 얹어주고 있습니다. 프리미엄폰뿐만 아니라 주요 매출원이 아닌 키즈폰도 차비를 얹는 대상이 됐습니다.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참전으로 경쟁이 가열되면서 이동통신 단말기유통법(단통법) 존재를 비웃듯 불법보조금 전쟁은 대상을 넓히며 암암리에 지속되고 있습니다.
22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23 일반 모델은 출시 100일도 안 돼 0원폰이 됐습니다. 통신사 번호이동을 할 경우 최대 22만원 이상을 차비로 지급받을 수 있습니다. 일부 통신사는 기기변경에 대해서도 차비 지원에 나섰습니다. 공시지원금도 받는 경우이기 때문에 186일 동안은 요금제 변경 없이 고가 요금제를 유지해야하는 조건이 달립니다.
월 9만9000원 이상 요금제에 대해 현재 갤럭시S23 모델에 통신3사가 제공하는 공시지원금은 50만원입니다. 출고가 115만5000원인 이 제품에 공시지원금과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는 공시지원금의 15%에 해당하는 7만5000원의 지원금을 제한다고 하면, 0원폰의 경우에는 58만원의 보조금이 더 제공되는 것입니다. 여기에 차비까지 지원된다면 58만원에 차비만큼 더 받는 것이죠. 단순히 싸게 사는 게 무슨 문제냐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통신사의 제한된 마케팅 비용이 가입자 방어 목적으로 일부 고객에게만 제공되고,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혜택을 돌려받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서울 시내 이동통신 판매점. (사진=뉴스토마토)
한때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등한시했던 키즈폰도 불법보조금의 중심에 서며 위상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통신서비스 이용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만큼, 기존 이용자와 기기간 결합을 통해 이용자 락인효과 수단으로써 활용되는 것입니다.
LG유플러스(032640)는 키즈폰에 대해 신규 가입자에게는 차비 42만원을, 신규결합까지 진행할 경우 차비 3만원을 더 얹어주고 있습니다. 월 2만9000원 요금제를 이용할 경우 지원되는 공시지원금 27만5000원을 제하면 4만7000원이 기기값으로 남지만, 기기값을 제하고도 37만원 이상을 차비로 받는 것이 가능합니다.
SK텔레콤(017670)은 포켓몬폰에 대해 월 1만4850원 요금제를 이용할 경우 차비 13만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불법보조금을 지양해 마케팅비를 줄이겠다고 통신3사가 언급하고는 있지만, 금융권의 진출로 알뜰폰 경쟁력이 커지면서 불법보조금 경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정부도 통신시장 경쟁활성화를 위해 알뜰폰을 대안으로 보고 있는 만큼 알뜰폰으로의 이탈을 막기 위한 기존 통신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계속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단통법의 실효성에 대해 시장의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법의 존재를 비웃듯 불법보조금 전쟁이 지속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단말기 지원금이 불투명하게 지급되면서 혼탁해진 통신 시장 유통 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게 단통법의 목적이었지만, 현재의 구조는 통신사들의 보조금 경쟁만 사라졌을 뿐 스팟 매장을 통한 시장 혼탁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동통신 유통 현장에서는 단통법이 폐지되고, 통신사들의 경쟁으로 판매가 활성화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일부 스팟 매장을 중심으로만 통신사의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막아 이용자 불평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습니다. 유통망 관계자는 "단통법 하에서는 불법보조금을 양산하고 있는 스팟 매장을 키울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본래 법의 설립 취지인 유통시장 구조 개선을 위해 법개정이나 폐지에 대한 논의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