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검찰개혁'…윤석열의 '검찰 전면화'

'신뢰받는 검찰' 내걸었으나 완강한 저항…'검사스럽다' 신조어도
검찰개혁 물꼬 트며 본격화두, 작년 9월 검찰 수사권 축소 시행
윤석열정부, '검찰권한' 확대 뒷걸음 …1년 새 '검수원복' 한 길

입력 : 2023-05-23 오전 6:00:10
 
 
[뉴스토마토 김하늬 기자] 2003년 3월9일 노무현 대통령과 전국 평검사와의 대화가 전국에 생중계 됩니다. 55년 검찰 역사상 전국 평검사 대표 회의가 처음 열린 겁니다. 과거 같으면 평검사들이 대통령을 만날 일이 없었을 텐데 토론회를 진행합니다. 
 
노 전 대통령은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인선 등 검찰 개혁 움직임에 강하게 반발하자 평검사들과의 대화를 통해 검찰 개혁의 동력을 확보하려고 시도했습니다. 권력에 편승하려는 당시 검찰 상층부에 대한 물갈이를 통해 향후 인사의 중립성 확보가 되면 검찰 개혁이 가능하다고 본 겁니다. 
 
하지만 평검사와의 대화는 기대와 달리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가 높습니다. 평검사들을 존중하는 기본적인 사고에서 대화를 시작했는데 검사들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노무현 정부, 검찰개혁 본격 내건 첫 정권
 
이날 이후 등장한 유행어가 바로 '검사스럽다' 입니다. 그해 국립국어원 '신어' 자료집에 수록이 됐는데 '행동이나 성격이 바람직하지 못하거나 논리 없이 자기주장만 되풀이 한다'는 의미입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강금실 법무부 장관 앞에서 보인 검사들의 당돌함과 건방진 태도에 따른 신조어가 된겁니다. 급기야 노 대통령 입에서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지요?"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신뢰받는 검찰을 만들자'. 사실상 검찰개혁을 본격 내건 첫 정권이기도 했습니다. 참여정부인 노무현 정부는 검찰개혁의 신호탄으로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장관을 임명합니다. 검찰 기득권을 깨겠다는 취지로 여성과 낮은 사법연수원 기수, 법관 출신 변호사를 내세운 겁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노무현재단)
 
하지만 첫 시도였던 만큼 저항은 완강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불신 발언에 김각영 당시 검찰총장은 토론회 직후 항의성 사표를 냈습니다. 당시 김 전 총장은 "인사권의 행사를 통해 수사권을 통제하겠다는 새 정부의 의지도 확인하게 됐습니다. 이 시점에서 더 이상 검찰을 이끌어가기 어렵다고 판단해서 여러분 곁을 떠나기로 결심했습니다"라고 말 합니다.
 
노 전 대통령은 검찰 중립성 확보,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법무부 문민화, 과거사 정리 등 검찰개혁안도 마련했습니다. 대선후보 시절부터 검찰 인사를 검찰인사위원회에 맡기겠다고 했으며 특검 상설화·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수사권 경찰 이양 등 분권화 조치도 공약했습니다. 이 공약들은 향후 구체적 검찰개혁 방안으로 자리잡게 됩니다.
 
하지만 이 또한 참여정부 때는 빛을 보지 못합니다. 대통령직 인수위 단계부터 검찰이 반발했기 때문입니다. 법무부와 대검은 인수위 업무보고에서  특검 상설화, 공수처 설치 등 공약에 반대 의견을 냈습니다. 대검 중수부 기능 축소, 공수처 신설 등을 추진하려 하자 송광수 검찰총장은 신임검사 임관식에서 "검찰수사에 피해를 본 사람이 검찰권의 약화를 노리는 것 같다"고도 했습니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사진=연합뉴스)
 
검찰개혁 물꼬 트며 본격화두, 작년 9월 검찰 수사권 축소 시행
 
검찰 자정에 기댄 '순진한 접근'이 실패로 이어진 겁니다. 그럼에도 검찰 개혁의 물꼬를 트며 본격 화두를 던진데에 의미가 큽니다.
 
실제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검사의 수사권을 축소하는 것이 골자인 검찰청법 일부개정법률안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시행됐습니다. 개정 검찰청법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위를 기존 6대 범죄(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부패·경제)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축소하고 수사 개시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개정 형사소송법의 경우 경찰에서 송치받은 사건은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만 수사할 수 있도록 보완수사 범위를 축소했습니다. 별건사건 수사 금지, 고발인 이의신청권 배제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애썼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도 출범했습니다. 2003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공수처가 2021년 1월21일, 18년만에 결실을 맺은 겁니다.
 
참여정부는 공수처 원형이 된 '공직부패수사처' 설치법을 정부안으로 발의했지만 당내갈등과 재보궐선거 실패, 검찰의 저항 등이 맞물리며 결국 임기 만료로 폐기된 바 있습니다.
 
자서전 '운명이다'에서 노 전 대통령은 검찰개혁에 대해 "검경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를 밀어붙이지 못한 것이 정말 후회스러웠다. 이런 제도 개혁 없이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려한 것은 미련한 짓이었다. 퇴임한 후 나와 동지들이 검찰에서 당한 모욕과 박해는 그런 미련한 짓을 한 대가라고 생각한다"고 회고했습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경기 성남 서울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 '검찰권한' 확대 뒷걸음 …1년 새 '검수원복' 한 길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의 키워드는 '검찰 공화국'이 됐습니다. 법무부 장관에 최측근 한동훈 검사를 임명하면서 조직강화의 신호탄을 쏜 겁니다. 첫 행보는 문재인 정부때 개정된 검찰청법의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합니다. 또 검찰수사권을 개정 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검사의 수사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검수원복)'을 시행합니다.
 
검찰의 과도한 권한과 오남용 문제제기가 이어지며 검찰개혁이 하나씩 이뤄지려는 사이 1년만에 검찰 권력을 과거 수준으로 확대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합니다. 
 
특히 '시행령'통치입니다. 국회의 입법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는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범위를 늘렸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 3월 검찰수사권 축소법이 유효하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법무부는 시행령 유지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문재인 정부때 사라졌던 대검찰청 범죄정보기획관(범정)이 부활했습니다. 앞으로 검찰은 범죄정보 수집 강화를 명분으로 정치권과 언론, 노조, 시민단체 등 동향 정보를 광범위하게 수집해 통치수단으로 악용할 우려가 커진 겁니다. 또 대검 내 반부패강력부를 반부패부와 마약·조직범죄부로 분리해 마약 및 강력 범죄 전담 지휘 조직이 확대되고 말았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진=노무현재단)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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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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