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국가자격시험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인 한국산업인력공단이 건설기계설비기사 등 61개 종목의 실기시험 답안지를 채점 전에 파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해 제58회 세무사 2차 시험의 ‘불공정’ 사태에 이어 산업인력공단의 관리 부실 문제가 또 다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23일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실기시험'에 응시한 15만여 응시자 중 61개 종목 609명의 답안지가 채점도 되기 전에 파쇄됐습니다.
사건 개요을 보면 2023년 정기 기사·산업기사 제1회 필답형 실기시험은 지난달 23일 서울 연서중학교에서 치러졌습니다. 이날 진행된 종목은 건설기계설비기사 등 61종목으로 수험자는 609명 규모입니다.
해당 시험장의 시험위원은 시험이 종료된 후 답안지를 포대에 봉인해 소속기관인 서울서부지사로 운반해야 합니다. 서울서부지사에서는 관할 16개 필답형 시험장의 답안지 포대 18개를 인수해 다음날 공단 본부 채점센터로 송부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한 개의 답안지 포대가 누락된 겁니다. 공단 본부는 답안지를 채점하는 과정에서 609명의 답안지가 누락된 것을 확인하고 조사에 착수했지만 이미 파쇄된 후였습니다.
잔여문제지 등 인쇄물과 파지를 파쇄할 때 답안지 포대도 함께 갈려나갔기 때문입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 23일 치러진 2023년 제1회 정기 기사·산업기사 자격 시험에서 답안지 609건이 파쇄됐다고 23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사과하는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사진=뉴시스)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채점이 시작된 뒤 종목별로 맞춰보니 응시자 기록은 있는데 답안지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해당 시험장과 창고, 파쇄업체 등을 확인한 결과 답안지가 파쇄됐다는 것을 일요일 오전(21일)에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공단 측은 해당 응시자 전원 개별 연락을 통해 사과를 하고 후속 대책을 설명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이미 시험을 치렀던 수험자들은 다시 추가시험에 응시해야하는 상황입니다.
공단 측은 609명의 응시자 전원에게 재시험을 치르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중 공무원시험 응시자들이 있는 만큼, 자격 활용에 불이익이 없도록 오는 6월 1일부터 4일까지 추가 시험 기회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시험 결과는 당초 기사·산업기사 정기 1회 실기시험 합격자 발표일인 6월 9일 발표할 수 있도록 조치할 방침입니다.
산업인력공단은 지난 2021년 9월 진행한 '제58차 세무사 2차 시험' 채점 과정에서도 불공정 논란이 불거진 바 있습니다.
당시 공단은 동일한 답안에 다른 점수를 부여해 해당 문제에 대해 재채점을 진행해야 했습니다. 감사원 측은 공단의 시험문제 검증 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한 특별감사에 착수했습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지난 23일 치러진 2023년 제1회 정기 기사·산업기사 자격 시험에서 답안지 609건이 파쇄됐다고 23일 밝혔습니다. 사진은 브리핑하는 어수봉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사진=뉴시스)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