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에도 변이 가능성 여전…또 다른 감염병 대비해야"

"일반인도 개인위생 등 행동 지침 지켜야"
"코로나 양상 예측 어려워…아직 환자 다수"
"공공성 강화하지 않으면 시스템 작동 안돼"
코로나 경험 '복기'…의료 시스템 정비해야

입력 : 2023-05-30 오전 5: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주혜린 기자] 다음 달 1일부터 코로나 확진자의 격리 의무 해제를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하루 확진자가 1만명 넘게 발생하는 등 우려심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여름이 지난 후 가을이 다가올수록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조언을 내놓고 있습니다. 특히 고위험군을 중심으로 경계심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경고합니다. 
 
또 다른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번 코로나19 당시의 경험을 복기하는 등 의료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겪은 의료 대란을 막기 위해서는 공공의료의 확충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29일 <뉴스토마토>가 다음 달 방역 조치 전환을 앞두고 의료계 전문가들을 상대로 문의한 결과, 일제히 코로나19 상황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염호기 대한의사협회 코로나19대책전문위원회 위원장은 "가을에 날씨가 추워지면 그사이에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날 것"이라며 "계속 변이가 일어나게 되면 어느 정도 면역력이 형성돼 있다고 하더라도 고위험군이나 노인층 등에는 여전히 치명적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고위험군이나 노인층은 사람이 많은 곳에서 마스크를 계속 쓰는 등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개인행동을 계속 해야 한다"며 "일반인이라도 개인위생을 지키는 행동 지침은 잘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여러 가지 모델이 나오고 있지만 워낙 복잡하고 한계가 있어 코로나19가 어떤 양상이 될지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며 "문제는 코로나19가 끝나지 않고 지금도 주변에 여전히 환자가 많은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또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마음 놓고 쉴 수 있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조건이 아니다"라며 "안전망이 없는 일상으로 돌아가는 상황"이라고 꼬집었습니다.
 
30일 <뉴스토마토>가 다음 달 방역 조치 전환을 앞두고 의료계 전문가들을 상대로 문의한 결과 일제히 코로나19 상황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사진은 서울역 임시선별검사소.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신종 감염병 발생 주기가 점차 짧아지는 만큼, 향후 감염병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번 코로나19 이후 매뉴얼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 2003년 국내에서 사스가 발생한 지 6년 후인 2009에 신종플루가 유행했습니다. 다시 6년 후인 2015년에는 메르스가 발생했습니다. 코로나19는 이보다 짧은 4년 후에 발생했습니다. 
 
염호기 위원장은 "감염병에 대한 국가적인 방역 시스템과 가이드라인이 어땠는지 복기해야 한다"며 "뭐가 잘 됐고 뭐가 잘못됐는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체득한 것을 기록으로 남기고 매뉴얼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특히 감염병을 의료 분야의 시각에서만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염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결핵이 없어지지 않는 이유가 내부에서 열심히 컨트롤해도 외부에서 계속 들어오기 때문"이라며 "보건복지부에서 검역만 해서 될 것이 아니라 법무부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감염병은 복지부 등 한 부처의 일이 아니고 모든 부처의 일인데 우리나라 시스템은 분리돼 있다"며 "새로운 감염병이 오더라도 그런 차원에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부연했습니다. 
 
전진한 국장은 "코로나19 초기에는 전체의 5%밖에 안 되는 공공병원이 환자의 70%를 받았다"며 "나중에는 민간 병원에서 받긴 했지만 터무니없이 비효율적인 돈을 들여 민간 병원을 동원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그런 식으로 필수 의료를 민간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것을 코로나19 때 보여 줬다"며 "다음 팬데믹이 오면 똑같이 반복될 수 있다. 공공성을 강화하지 않고서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질병청은 최근 검역전문위원회를 거쳐 '제1차 검역관리기본계획(2023~2027)'을 확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해외 발생 현황, 유입 가능성 등을 고려해 검역 감염병을 현행 11개에서 향후 20여개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합니다. 검역 조사 단계에서 확인된 검역 감염병 의사환자 등의 안정적인 관찰을 위해서는 격리시설 인프라를 확충하고 상시 운영 인력을 확보합니다.
 
30일 <뉴스토마토>가 다음 달 방역 조치 전환을 앞두고 의료계 전문가들을 상대로 문의한 결과 일제히 코로나19 상황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자료는 권역별 격리시설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세종=정해훈·주혜린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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