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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 26일 17:4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전국적으로 미분양 물량 적체 현상이 나타나면서 건설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또한 곳곳에서 건설사 폐업도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건설사 입장에서 경기가 회복되기를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기존 주택 사업 대신 너도나도 신사업에 뛰어드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IB토마토>는 신사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건설사 3곳을 대상으로 이들이 새롭게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점검을 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IB토마토 노제욱 기자]
한화(000880) 건설부문은 IT·통신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주요 데이터센터 준공 실적을 바탕으로 현재도 신축공사를 진행하는 등 적극적이다. 향후 데이터센터의 발주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한화 건설부문도 데이터센터 공사를 신사업의 중심축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 건설부문이 시공한 한화시스템 ICT부문 죽전 데이터센터. (사진=한화 건설부문)
26일 한화 건설부문에 따르면 회사는 현재 안산시에 '카카오 데이터센터' 공사를 진행 중이다. 지하 1층~지상 6층, 1개동 규모로 내년 준공될 예정이다. 해당 공사가 차질 없이 마무리된다면 한화 건설부문이 시공한 8번째 데이터센터가 된다.
단순 시공 넘어서 디벨로퍼형 사업으로 '확대'
여기에 기존의 단순 시공 대신 직접 개발에 참여하는 디벨로퍼형 사업도 추진 중이다. 디벨로퍼형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데이터센터 운영을 맡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운영수익을 지분에 따라 받게 된다.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해 7월 창원시,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지역본부, LG CNS, 안다자산운용과 창원 데이터센터 클러스터 건립을 위한 상생 협력 협약을 맺었다. 창원 데이터센터는 연면적 4만 4000㎡에 서버 10만대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추진 중이며, 약 4000억원의 민간자본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는 기업의 방대한 정보저장을 위한 서버, 네트워크 회선 등을 제공하며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통합·관리하는 인프라 시설을 의미한다. 그동안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SK브로드밴드,
KT(030200),
LG유플러스(032640) 등 주요 통신사를 주축으로 투자가 이뤄졌다.
그러나 데이터센터에 부동산 업계가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면서 통신사가 독점하던 시장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최근 자산운용사, 사모펀드, 디벨로퍼 등 신규 투자자가 증가하면서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또한 발주 자체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건설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카오톡 마비 사태' 이후 데이터센터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수요가 증가하며 발주도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데이터센터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사업 규모는 지난 2020년 약 5조원에서 오는 2025년 약 1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시공의 경우 고도의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공사 실적에 따라 업체별 수주 물량도 갈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데이터센터의 서버는 습도와 온도 등에 매우 민감하므로 냉각 및 전력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라며 "내진설계와 소음방지, 방진 및 방수, 출입을 통제하는 각종 보안시스템 등도 설치돼야 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까다로운 공사"라고 말했다.
공사 실적 풍부해 향후 수주에 '유리'
이러한 점에서 일찌감치 데이터센터 시장에 뛰어들어 다수의 공사 실적을 쌓은 한화 건설부문이 향후 수주에도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 건설부문은 지난 2007년 KT 강남 데이터센터 준공을 시작으로
한화시스템(272210) ICT부문 죽전 데이터센터, 신한금융그룹 데이터센터, NICE그룹 IT센터, NH 통합 IT센터, MG새마을금고 IT센터, 동탄
삼성에스디에스(018260) 데이터센터 등 다수의 공사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요구되는 기술력 등을 고려했을 때 일반 건축 공사보다 원가 부담이 커 단순 시공만으로는 큰 수익을 남기기는 어렵다. 그러나 직접 개발에 참여한다면 준공 이후 지분에 따라 운영수익을 매년 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최근 부동산 경기가 차갑게 식으면서 대다수 건설사가 '미분양 위험'에 직면한 가운데, 이러한 리스크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해당 사업의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데이터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A건설사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건설사 입장에서는 기존 사업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데이터센터 관련 운영수익은 안정적인 회사 운영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또한 최근 미분양 물량이 적체된 상황에서 아파트, 오피스텔 등 분양성과에 직접 연관이 있는 사업은 리스크가 큰 반면, 데이터센터 공사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한화 건설부문은 향후 적극적으로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한화 건설부문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한화 건설부문은 데이터센터 분야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하이퍼스케일(초거대)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 리모델링 공사 등을 적극 추진 중"이라며 "단순 시공을 넘어 데이터센터의 개발 단계부터 사업을 주도하는 디벨로퍼 역량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제욱 기자 jewookis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