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병 앞두고 한 달새 사고만 4차례…아시아나 왜 이러나

올 1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 2000%
안전 직결 항공기 정비 운영비 줄였나

입력 : 2023-05-30 오후 4:03:50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재무구조 개선이 시급한 아시아나항공(020560)에서 최근 한 달 새 4차례 사건·사고가 발생하면서 합병을 목전에 두고 관리감독에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말까지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달 16일 미국 하와이를 떠나 인천으로 오는 아시아나항공 OZ231편 여객기에서 기내식으로 제공된 비빔밥을 먹던 한 승객의 치아가 손상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네이버 여행정보 카페 ‘스마트컨슈머를 사랑하는 사람(스사사)’에는 해당 항공편을 탑승했다고 주장하는 A씨가 기내식을 먹고 치아가 손상됐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A씨는 치아 두 개는 수직으로 금이 가는 ‘수직파절’, 다른 한 개는 치아의 겉면을 싸고 있는 에나멜이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전했습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즉각적인 치아 진료에 대해서는 전액 보상할 방침이나 손님이 요구하는 미래에 추가로 발생 가능성이 있는 치료비에 대해서는 인간관계 증명 등이 어려워 보상이 어렵다”면서 “이물질 발견 경위는 자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런던에 승객 260명 짐 두고 오고, 이륙 직전 착수 장비 결함으로 승객 전원 내려
 
지난 5일에는 영국 히스로공항을 떠나 인천으로 올 예정이었던 OZ522편 여객기가 유압 계통 문제로 동력 전달 장치에 이상이 생기면서 긴급 정비로 이륙이 지연됐습니다. 조종사는 안전 운항을 위해 탑재량(수하물) 제한을 결정했고, 이에 따라 승객 260명의 짐을 영국 런던에 두고 왔습니다. 당시 승객들은 이에 대한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인천공항에 나와 있던 아시아나항공 관계자에게 항의했으나, 짐을 하루 이틀 뒤 자택으로 보내준다는 내용만 전해들었다고 합니다. 스사사에는 “출장으로 다급히 써야하는 물품 등에 대해서는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 등 항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국토부 관계자는 “소비자보호차원에서 승객의 짐을 놓고 올 경우 이에 대해 승객에게 고지하도록 되어 있다”면서 “영국 히스로 공항에서 출발할 때 고지가 다 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시아나가 영국 런던에 승객의 짐을 두고 온 지 열흘 채 안 된 지난 13일엔 제주국제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올 예정이었던 항공편에 몸을 실은 승객 193명이 탑승수속을 모두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전원 하기해야 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이날 오전 6시30분 김포행 OZ8900편이 이륙 직전 비상 착수(물 위에 내려앉는 것) 장비인 슬라이드를 고정시키는 프레임에 결함이 발생해 결항됐습니다. 이 문제로 승객들은 모두 내려야했고, 당시 아시아나는 승객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대체 항공기 투입과 공항 내 이용 가능한 식사 쿠폰을 제공했지만 승객들의 불만은 컸습니다.
 
약 2주 뒤인 지난 26일에는 제주공항에서 194명을 태우고 대구공항으로 오던 OZ8124편이 대구공항에 비상문을 연 채로 착륙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해당 항공편의 비상구 옆 좌석 31A 앉은 승객이 비상구 레버를 건드리면서 비상문이 열린 것입니다. 승객 194명 중 다친 사람은 없었으나 일부 승객이 매우 놀라 호흡곤란 증세를 보여 착륙 직후 응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상공 700피트(213m)에서 비상문을 연 이모씨(33)는 대구공항에 내려진 직후 항공보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긴급 체포됐으며 지난 28일 구속됐습니다. 
 
2019년 항공기 정비업 매출 45억원→2022년 18억원…축소된 인력난 탓?
 
이번 사고로 아시아나항공은 사고가 난 해당 기종 A321-200(174석 11대)의 비상구 앞좌석 26A와 195석으로 운용되는 A321-200(3대)의 31A 좌석 판매를 전면 중단한다고 지난 28일 밝혔습니다. 사고가 난 당일 승무원 등 사내게시판에는 만석 시 판매를 유지하겠다고 밝혔으나 이틀 만에 만석일 경우에도 판매를 금지한다는 입장을 바꾼 것입니다.
 
일각에선 부채비율이 상당한 아시아나항공이 안전과 직결된 항공기 정비업 분야 등에서 허리띠를 졸라 매 사건이 잇따른 것 아니냐는 일부 시각도 존재합니다.
 
실제 아시아나항공의 종속회사이자 지상조업 등을 담당하는 아시아나에어포트에서 항공기 정비업 부문의 매출이 크게 줄었습니다. 회사 사업보고서를 보면 2019년 항공기 정비업의 매출은 45억원에서 코로나 엔데믹 국면으로 진입한 지난해 18억원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회사를 떠난 조업사 등의 축소된 인력이 복구가 덜 된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대형항공사(FSC)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이 코로나 팬데믹 시기 회사를 떠난 정비사, 조업사를 다시 불러 모으고 있지만 폭발적으로 일어난 해외여행 수요를 대응할 수준의 인력 충원이 되고 있지는 않고 있다”며 “급기야 퇴직한 인력을 다시 불러 모을 정도로 인력난이 심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대한항공(003490)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로 탄생될 메가 캐리어는 암초를 만났습니다. 양사 기업결합을 심사하고 있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대한항공(003490)에 기업결합 관련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중간보고서를 낸데 이어 글로벌 항공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 법무부(DOJ)에서도 대한항공에게 아시아나항공과 견줄만한 항공사를 진입시키지 못하면 기업결합에 부정적 의견을 내비칠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입니다.
 
 
지난 26일 제주공항을 출발해 대구공항으로 향하던 아시아나 항공기가 착륙 직전 출입문이 열리는 사고가 발생해 12명이 호흡곤란 증세를 보였다. 사진은 해당 항공기의 모습. (사진=뉴시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오세은 기자
SNS 계정 : 메일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