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HD현대중공업의 울산 조선업 현장. 안전모와 고글을 착용한 노동자들이 스마트폰을 두드립니다.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니 노동자들의 휴대폰에는 HD현대중공업이 개발한 모바일 안전 작업지시 프로그램이 켜져있습니다. 화면에는 '베임' 등 위험성평가를 통해 드러난 위험요소들이 적혀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위험성 요소를 인지한 작업자들은 안전 장비의 착용·작동 여부 등을 확인한 뒤 작업에 돌입합니다.
'자기규율 예방체계 확립'이라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의 핵심인 위험성평가가 이뤄지는 과정입니다. 위험성평가는 사업장 내 유해 및 위험요인을 스스로 파악해 개선대책을 수립·이행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지난 26일 <뉴스토마토>가 찾은 울산 HD현대중공업 현장에는 정기위험성평가(반기 1회)·수시위험성평가(작업 전 1회)·현장위험성평가(작업시작 전)가 한창이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위험성 평가를 통해 올해 1분기 재해율을 전년 동기보다 32% 줄였습니다. 또 지난해 사고사망자는 0명을 기록했습니다.
지난 26일 HD현대중공업 조선 현장에서 '작업 전 안전점검회의'가 진행됐습니다. 작업자들이 스마트폰으로 위험요인을 확인하는 모습(사진=고용노동부)
이날 현장점검은 HD현대중공업과 금영산업의 현장 안전활동인 '작업 전 안전점검 회의(TBM)'와 외국인 근로자 안전교육 등으로 이뤄졌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안전작업요구권'을 통해 근로자들이 위험요인을 발견한 즉시 조치가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노동자들이 위험요소를 발견할 경우 휴대폰이나 핫라인을 통해 신고를 하면 사업장의 긴급복구반이 해당 요소를 처리하는 제도입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작업중지권이 875회 행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에 따라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별도의 안전교육 프로그램도 실시 중입니다. 15명 규모의 '외국인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행정지원과 고충상담 등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해 중국어·베트남어·태국어 등 11개 언어로 작업표준서와 위험성평가 내용을 번역해 제공합니다.
이날 외국인 근로자 대상 안전교육도 이뤄졌습니다. 현재 HD현대중공업에 근무하는 외국인은 27개국 2400명에 달합니다.
사측은 2일 과정의 신규자 안전교육을 비롯해 입사 7개월차를 대상으로 국적별로 4시간, 반기 4시간 특별안전교육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난 26일 HD현대중공업의 통합안전교육센터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특별안전교육이 이뤄졌습니다. (사진=HD현대중공업)
이날 통합안전교육센터에서는 베트남 근로자 동반칸(37)씨를 비롯한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특별안전교육이 이뤄졌습니다. 이들은 강사의 안내에 따라 크레인 안전장치를 작동하는 등 교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교육에 참여한 동 씨는 "안전수칙을 알게 돼 좋다"며 "(특별안전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교육에 참여한 태국 출신 찬반태(34) 씨도 "교육을 모국어로 들을 수 있어 도움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은 불황에서 벗어나 힘찬 항해를 하고 있다. 안전은 모든 사업의 기본이자 시작"이라며 "위험성평가를 기반으로 자율안전 경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능형관제시스템을 고도화 하는 등 안전관리 사각지대가 존재하지 않는 조선소를 만드는 데 앞장서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밖에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2월 '조선업 이중구조 개선 상생협약'을 체결했습니다. 이후 사측은 유관조직과 내부 전담조직(TF)을 구성해 상생협약이 정착·이행될 수 있도록 준비 중입니다.
이날 현장을 둘러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원하청이 한몸처럼 상생해야 한다"며 "6월 중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26일 울산 HD현대중공업 현장을 둘러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위험성평가를 토대로 원하청이 한몸처럼 상생해야 한다"며 "6월 중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 고용노동부)
울산=김유진 기자 y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