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전망 대폭 수정 나선 증권사 리서치…신뢰회복 포문

하반기 증시전망보고서 시기 앞당긴 곳도
올해 '상저하고' 예상 빗나가…"증시, 악재에 반응 안했다"
'상고하저' 관측…코스피 예상 밴드 상단 상향 조정

입력 : 2023-06-0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국내 증권사들은 지난달부터 올해 하반기 증시 전망을 발표하고 있는데요. 일부 증권사는 예년보다 다소 이른 시점에 보고서를 내놓고 있습니다. 올해 증시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이란 분석이 빗나가면서 현 시장 상황의 빠른 반영을 위한 대응이란 설명입니다. 
 
(사진=뉴시스)
 
증권사들, 빗나간 연간 전망 수정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난달부터 올해 하반기 증시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달 초, 하나증권과 현대차증권이 반기 투자전략을 내놓으며 포문을 열었죠. 통상 증권사들은 하반기의 시작인 6월 이전에 하반기 증시 전망을 내놓는데요. 대신증권의 경우 작년보다 다소 이른 시점인 지난달 11일에 하반기 전망 리포트를 펴냈습니다.
 
대신증권 김정윤 연구원은 "이번에 시기가 다소 앞당겨졌다"며 "1~2분기 증시가 작년에 연간 전망을 냈을 때 예상했던 것과 다른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을 고려해 전망을 수정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작년 말,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증시가 상저하고, 즉 상반기에는 부진하지만 하반기에 반등할 것을 예상했습니다. 신한투자증권은 작년 11월 올해 코스피 예상 밴드를 2000~2600포인트로 예상했습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상반기는 저변동성, 가치주, 고배당주로 대응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시장 금리와 물가가 하락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은 하반기부터 성장주와 중소형주가 유망하다"고 평가한 바 있죠.
 
증권사가 제시한 올해 코스피 상단이 빗나간 경우도 보입니다. 작년 SK증권은 올해 코스피 상단을 2450선으로, 현대차증권과 하나증권은 각각 2570포인트, 2550포인트를 예상했는데요. 5월 마지막날인 31일 코스피는 2577.12포인트로 마감하며 이미 증권사들의 예상치를 상회했습니다.
 
빗나간 전망에 반성한 증권사도
 
특히 지난 1월에는 이른바 '1월 효과'는 없을 것이란 증권가 분석이 있었지만 국내 증시는 1월 한달 동안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1월 2일 2249.95포인트로 시작한 코스피는 이달 31일 2425.08로 마무리하며 7.78% 가량 올랐습니다. 코스닥은 같은 기간 683.84포인트에서 8.28% 오른 740.49포인트를 기록하며 코스피보다 높은 성장세를 보였죠.
 
코스닥의 가파른 상승세는 시장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지난달 13일 종가 기준 900선을 돌파했는데요. 작년 5월 4일 이후 11개월 만에 기록한 900선 마감이었죠. 같은달 17일엔 909.50포인트까지 올라 연고점을 갈아치웠습니다. 2차전지 열풍이 불며 에코프로비엠(247540)이 상승세를 주도한 영향입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예상을 뒤집은 상승세에 대해 업계에선 올해 상반기 증시에 악재가 작용하지 않았다는 평가입니다. 김 연구원은 "작년 연간 전망을 냈을 때는 (상반기에) 박스권 내지 하락세를 예상했지만 예상 외로 악재에는 전혀 반응을 안했다"며 "1분기 초반에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하며 상승했고 이후에도 긍정적인 요인에만 반응하다 보니까 증시가 올라갔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코로나19가 터졌을 당시에도 4월에 수정 전망을 낸 적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시장이 급격하게 변하는 상황을 반영해 전망을 수정한 것인데요. 하지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증시 전문가들의 빗나가는 예측이 빈번한게 달갑진 않습니다. 잇따른 수정이 리포트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게 되기 때문이죠. 증권사 리포트가 아닌 유튜브와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등을 통해 주식 정보를 듣는 비중이 확대되는 것도 빗나간 증권 리포트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증권사들의 작년 증시 전망 역시 어긋났습니다. 증권사들은 작년 코스피 예상 밴드 상단을 3600선까지 제시했지만 실제 코스피 고점은 작년 1월에 기록한 2989.24포인트였죠.
 
추락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신뢰도를 만회하기 위함이였을까요. 작년 12월, 신영증권이 낸 '2022년 나의 실수'라는 리포트가 화제였습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2년에 범한 가장 큰 실수는 중앙은행의 긴축 장기화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본 것"이라며 "변곡점을 맞추려 하는 것보다는 일단 만들어진 추세가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대처 전략을 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을까 하는 자성을 한다"고 밝혔습니다.
 
"'상고하저' 흐름 예상" 이번엔 맞을까 
 
때문에 발 빠른 대응에 나선 증권가의 올해 하반기 분석을 시장은 주목하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하반기 코스피가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3분기 초중반까지는 중국 경기회복 훈풍 속에 반도체 업황 개선이 맞물리며 한국 수출, 제조업 경기 회복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수출, 기업이익 개선 등 펀더멘털 모멘텀 유입으로 코스피는 2700선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전했습니다. 이 연구원이 제시한 하반기 코스피 예상 밴드는 2380~2780포인트입니다.
 
NH투자증권은 코스피 예상 밴드로 2400~2750포인트를 제시했는데요.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미국은 예산안 협상, 미 의회 대만 방문, 2024 대선 선거 후보자 등록 등 다수의 정치적 이벤트가 대기하고 있다"며 "(코스피) 지수는 주요 이벤트들을 소화하며 단계적으로 상승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주목할 업종은 미국의 첨단기술산업"이라며 "미국 정부는 공급망 재편 정책이 한창이고 이와 동시에 민간에서는 자생적으로 AI산업이 경쟁 중이다. 미국 주도의 산업 정책과 연관된 산업은 한국 반도체"라고 설명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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