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찰위성 발사준비위원회 사업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7일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북한이 31일 예고한대로 군사정찰위성(만리경-1호) 발사에 나섰지만 최종적으로 실패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앞으로도 여러 차례 발사를 거듭할 것으로 보여 당분간 한반도 정세는 계속해서 불안에 떨 것으로 보입니다.
7년 만에 쏜 만리경-1호…"안보리 결의 위반"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우리 군은 오늘 오전 6시29분경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방향으로 발사된 '북 주장 우주발사체' 1발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위성을 탑재한 북한 우주발사체는 이번이 여섯 번째 시도로 2016년 2월7일 '광명성 4호' 발사 이후 7년 만입니다.
합참에 따르면 북한의 발사체는 백령도 서쪽 먼바다 상공을 통과해 어청도 서방 200여km 해상에 비정상적 비행으로 낙하했습니다. 북한의 위성운반로켓 1단은 정상작동했지만 단분리 과정에서 2단 엔진 이상과 연료 문제로 실패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합참은 발사체 일부를 해상에서 식별하고 인양에 나섰습니다.
북한 역시 발사 실패를 인정했습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국가우주개발국은 "'천리마-1'형은 정상비행하던 중 1계단 분리 후 2계단 발동기(로켓 엔진)의 시동 비정상으로 추진력을 상실하면서 서해에 추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북한은 향후 정찰위성의 재발사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국가우주개발국은 "엄중한 결함을 구체적으로 조사 해명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과학기술적 대책을 시급히 강구하며 여러 가지 부분시험들을 거쳐 가급적으로 빠른 기간 내에 제2차 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북, 정찰위성 재시도 공언…"한반도 내 군비경쟁 가속"
대통령실은 이날 북한의 우주발사체 발사에 대응해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안보상황점검회의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잇달아 개최하면서 관련 상황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했습니다. NSC 상임위원들은 북한의 발사체 발사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임을 강조하고 이를 규탄했습니다.
한미일은 안보리 긴급회의 소집 요청을 비롯해 3국 간 안보 공조 강화로 대응할 방침입니다. 다만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이 주도하는 유엔 추가 제재에 동참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이에 한미일은 유럽 국가 등과 함께 별도의 입장 발표와 함께 독자 대북제재 부과와 같은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진은 '북 주장 우주발사체' 일부로 추정되는 물체의 모습이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연합뉴스 사진)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로 잠시 숨 고르던 한반도 정세가 다시 격랑에 휩싸였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위해 계속 시도에 나설 것으로 보여 한동안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감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무엇보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가 북한의 정찰위성 발사를 계기로 더욱 고착화되는 분위기입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이날 <뉴스토마토>와 한 통화에서 "북한이 성공할 때까지 계속 정찰위성을 발사할 것이기 때문에 한반도 내 긴장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발사 성공 시 더 큰 문제가 된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지상, 해상, 공중에 이어 우주에서의 경쟁이 격화될 것이고, 군비 경쟁도 더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